'尹·韓 갈등' 일단 덮었지만…'김경율 거취' 여전한 신경전


갈등 원인 지목된 김경율
친윤계 중심으로 "불출마라도 선언해야" 목소리
한동훈 "그런 얘기 들은 바 없다"…사퇴설 일축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의 충돌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갈등 원인으로 지목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왼쪽)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돌의 원인으로 지목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친윤계에선 김 위원이 비대위원에서 사퇴해야 갈등이 완전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만 한동훈 위원장은 선을 긋고 있다.

24일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김경율 위원의 사퇴가 윤 대통령과의 갈등 출구전략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서천에서 만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김경율 사천' 논란을 이유로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정면충돌했다.

불화의 표면상 원인은 공천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경율 위원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한 것에 대통령실은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특히 김 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것이 분출점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극적 화해에 들어갔다. 한 위원장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기도 하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주고받았다. 여권은 두 사람의 화해 모드에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우려한다. 파열음의 불씨를 제공한 김 위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양측의 앙금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김 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김 위원이 물러나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언해 사천 논란까지 불거진 이상 사퇴는 아니더라도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천 시즌에 접어들면 김 위원을 둘러싼 더 큰 갈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도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어떻든 간에 두 분이 만난 것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갈등 깊숙한 곳에 내재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두 분이 만난다고 해서, 밥 한번 먹는다고 해서 그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갈등이 해결책이 무엇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신 변호사는 "측근 인사의 명품백 사건에 대한 대단히 치욕적인 언급을 우선 해결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김경율 사천 논란을 이유로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정면충돌했다. /박헌우 기자

현역 의원들은 당내 상황을 고려해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김 위원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TK 지역의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의 사퇴가 필요하냐는 문제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긴 어렵다"면서도 "명품백 문제는 선후관계를 따져보면 불법적인 공작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걸 갖고 사과하라면서 국민들 감정을 자극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우리 당의 예측 의석수가 낮게 나오는데 대통령과 당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선 김 위원이 사퇴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팽배하다. 김 위원이 물러난다면 '신권력'인 한 위원장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위해선 국정 운영 지지도가 낮은 윤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필요도 있기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다. 과한 표현은 김 위원이 다 사과하지 않았나. 그리고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게 틀린 요구도 아니다. 또 지금 사퇴한다면 김 여사 문제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김 위원이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본다. 그것으로 사퇴를 종용하기에는 지나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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