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 작업에 착수하면서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역대 선거에서 현역 의원 교체율이 높은 당이 제1야당을 차지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쇄신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룰 작업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을 맞이했다. 최근 치러진 4번의 총선에서 현역 의원 교체율이 높았던 당이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양당 모두 '새 얼굴' 기용에 판을 깔고 있다.
국민의힘은 동일 지역 3선 이상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경선 점수를 최대 35%까지 감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올드보이(OB)'와 현역 중진 의원 등에 인위적인 감점은 없지만, 용퇴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1일 "(3선) 김민기 의원이 솔선수범한 것처럼 스스로 자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스스로 생각해서 (본인이) 국민의 선택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멈춰 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당 차원의 일률적 물갈이는 없지만, 중진 용퇴에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역대 선거를 분석해 보면 쇄신 폭이 높은 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에는 현역 의원 교체율이 38%에 달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153석을 얻어, 통합민주당(19% 교체, 81석 확보)에 압승했다. 19대 총선에서는 현역 교체율 47%를 기록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민주통합당(37%)을 이겼다(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20대 총선 역시 33%를 교체한 민주당이 24% 정도를 바꾼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이겼다(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반면 21대 총선에서는 유일하게 현역 교체율이 낮은 당이 승리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현역 의원 44%를 교체했지만, 28%를 교체한 민주당에 77석 차이로 크게 패했다(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 103석, 위성정당 비례대표 포함). 다만 21대 총선은 과거 치러진 선거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선거 운동이 어려웠던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이외에도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 황교안 당시 대표의 리더십 문제 등으로 공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따라, 22대 총선에서도 물갈이 비율이 높은 쪽이 승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당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유권자들이 가진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이 높고, 여야의 쇄신 의지가 결국 민심을 흔들 것이란 관측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역 교체율에 따라 여야의 쇄신 의지를 볼 수 있다"며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토 심리가 강한 만큼 국민들은 어느 당이 더 많이 변했는지를 보는데, 그 변화의 상징으로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쇄신에 따른 당내 반발과 공천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지역에서 의정활동하면서 열심히 쌓아왔던 것들이 있고, 유권자들이 그런 활동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당선된 것 아닌가"라며 "중진이라는 이유로 불리한 위치해서 (선거를) 시작하거나, 지역에서 물러나는 게 쇄신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 앞두고 이낙연 신당 등 당이 크게 분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중진에게 패널티를 준다고 하면 당내 반발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공관위가) 일단 분위기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