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빅매치'를 예고했다. 계양을은 선거 역사상 민주당의 승리가 우세한 구역이다. 원 전 장관은 앞서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처했던 만큼, 선거 국면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전면 부각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원 전 장관이 총선이 아닌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계양행을 결정한 것이라며 '명룡(이재명-원희룡)대전'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필요 없다는 반응이다.
원 전 장관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계양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의 계양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의 일 대 일 대결 구도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험지인 인천 출마를 자처해 '희생'의 의미를 강조하되,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와의 총선 대결로 '미니 대선'급 화제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원 전 장관은 앞서 이른바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칭하며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슈몰이에 나선 바 있다.
인천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계양구가 갑·을로 분리된 후, 2010년 재보선을 제외하고는 승리를 뺏기지 않았던 지역이다. 때문에 원 전 장관으로서는 패배에 대한 부담이 적다. 총선에서 이 대표에게 원 전 장관이 큰 차이로 지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백의종군했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고, 석패했다면 그 자체로 자신의 성과가 될 수 있다.
'명룡대전'이 현실화하자, 지역에서도 두 사람의 대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이 임차 계약한 지역 사무실은 이 대표의 선거 사무실 바로 맞은편 건물로 두 사무실 사이는 약 100m 떨어져 있다. 선거가 본격화하면 두 사람의 얼굴 사진이 붙은 홍보 현수막은 마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나 험지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원 전 장관의 출마와 맞물려 이 대표도 계양을 출마를 사실상 확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단과 비공개 차담회를 갖고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디를 가느냐.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며 계양을 출마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원 전 장관의 계양을행을 두고 '자기 정치를 위한 행보'라며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이 선거에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해 이 대표를 끌어들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원 전 장관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어디서든 이기기가 쉽지 않은데, 계양을을 선택한 건 본인에게는 잘된 일이다"라면서도 "이미 대장동도 우려먹을 대로 다 우려먹지 않았나. 원 전 장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양평 고속도로 의혹' 때부터 이미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원 전 장관은 정치 초반에는 '남원정(보수계 개혁파, 남경필·원희룡·정병국)' 보수 소장파로 당에 쓴소리하면서 정치력을 키운 사람이었다. 그 후 제주도지사도 2번 연임한 것"이라며 "그런 원 전 장관의 계양 행은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에 비판적이었던) 옛 행보를 지워 당 주류가 되고 싶어서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