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면 출동에 여야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정치권은 이번 갈등 원인을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 방안에 대한 온도차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총선에 앞서 여야 공통 공약을 우선 실현하기 위한 공통 공약 실천 테이블을 만들자"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한심(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의중) 나눠 싸울 게 아니라 민생부터 챙겨라"고 직격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권력 내부가 가관"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8개월 만에 다섯 번째, 한동훈 위원장의 입당 한 달도 못 되어 벌어지는 여당 수뇌 교체 드라마"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명품 가방 사건을 사과하라는 것이 그토록 상식을 뛰어넘는 일인가"라며 "두 달 만의 사과 요구가 그토록 무거운 불충이라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너무 불안하고 기괴한 정권"이라며 "권력 내부가 그 지경이면, 일반 국정은 어떨까. 차마 말로 옮기기 어려운 걱정과 분노가 이 아침을 어지럽힌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집권당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보기 민망하다"며 "민생과 경제를 살릴 1차적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대통령 배우자 문제로 싸우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고 부끄럽기조차 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총선이 온통 대통령 부인의 주가조작 명품백 수사문제로 얼룩지는 건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여당이 하루 속히 김건희여사 수렁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 평화와 복지 담론을 놓고 야당과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길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명백한 '당무개입'으로 처벌 사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수시로 여당 대표를 교체하고 있다"며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폭군"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 전 장관은 "비서실장에게 이런 불법을 지시한 대통령도 임기 후 기소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기소 전이라도 수사를 통해 불법이 확인되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며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고 비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80일 남은 총선은 어떻게 치르려고 이러느냐, 무엇 때문에 이런 추악한 싸움을 하는 것이냐"며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한다면 추악한 권력투쟁을 멈추고, 모두 정신 차리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대표적 친윤계 이용 의원은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그는 지난 20일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 방에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해서 범죄가 기정사실화되고 탄핵까지 당한 것이다. 침묵도 사과의 한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