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합 명분'과 '위성정당 비판' 가운데 선 용혜인


용혜인, 민주당에 '반윤 최대 연합 정당' 제안
與 "야합·꼼수", 김종민 "위성정당 또 하나" 비판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비례연합정당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여권을 비롯한 제3지대 등 정치권에서는 위성정당 시즌2라는 비판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군소정당들이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며 더불어민주당에도 손을 내밀었다. 결사체의 중심이 된 용 대표는 '야권 연대'가 뭉쳐야 '거부권 정치'를 일삼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국회가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동형'과 '병립형' 사이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했던 민주당도 용 대표 제안에는 긍정적인 기류를 내보이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군소 정당의 연합이 성사될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위성정당 시즌2'를 반복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야권 군소 정당은 최근 '개혁연합신당'으로 합의체를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공동 추진을 제안했다. 지난 15일 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반윤 개혁 최대 연합'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정당의 합류를 요청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용 대표는 "모든 분들을 포함한다"고 열어놨다.

이들의 비례연합정당 결성의 전제조건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선거제 개편을 두고 당내 치열한 논쟁을 해왔던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 제의에 반가움을 내비치고 있다. 비례연합정당에 민주당이 합류할 경우, '정권견제론·연동형 선거제 유지'라는 명분과 '(민주당 포함 야권의)의석수 과반 차지'라는 실리를 다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8일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암시했던 데 반해, 연동형으로 전향한 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 설 연휴 이전으로 결론을 내기로 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 /남용희 기자

민주당은 이르면 1월 말, 늦으면 설 연휴 이내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으로 가닥 잡을 경우,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합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민주당의 당론이 연동형으로 기울어진다면, 비례연합정당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다만 여당과 제3지대 등 정치권에서는 용 대표가 개혁연합당을 추진하는 것이 '위성정당 시즌2'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기본소득당·시대전환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이후,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뒤 민주당과 합당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비례연합정당 추진과 관련해 "결국 선거 끝나면 갈라질 운명으로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야합을 통해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는 국민 눈 가리고 자기들끼리 의석을 나눠 먹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미래대연합(가칭)'을 창당한 김종민 의원도 18일 CBS 라디오에서 비례연합정당 움직임에 관해 "이건 위성정당이다. 완전한 '꼼수 위성정당'이다"라며 "어떻게 4년 전에 해서 4년 동안 욕먹고 사과하고 반성했으면서 (위성정당을) 또 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성정당' 비판에 용 대표는 연합정당은 연동형 선거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사용되는 보편적인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총선 이후 군소 정당이 민주당에 흡수되지 않고 '교섭단체'를 꾸릴 구상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개혁연합당 추진 움직임은 거대 양당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다당제를 실천해 정치를 이롭게 한다는 논리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19일 논평을 통해 "위성정당과 선거연합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않고 어떻게 우리 사회가 정치개혁을 토론할 수 있겠나"라며 "연합정치와 다당제를 그저 정당의 난립과 꼼수라고 부르면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를 논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용 대표 사이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진행될 경우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용 대표와 소병훈 민주당 의원(가운데), 이재명 대표. /남용희 기자

향후 비례연합정당 논의가 진행될 경우엔,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민주당이 군소정당을 위해 비례대표 순번을 어디까지 '뒤로' 미룰지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용 대표는 18일 MBC 라디오에서 개혁연합의 비례 순번과 관련해 "예를 들면 1~10번 또는 1~15번까지는 시민 사회와 다른 정당들이 배치하고, 그 이후 순번부터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배치하는 방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구체적 수치를 예시로 제시했다. 반면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연합정당을 제안하면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가져갈 테니 비례는 (군소정당에)다 양보해달라'는 방식이면 민주당이 하겠나. 어떤 방식의 연대를 제안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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