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말 그대로 격동의 한주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지역 행사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장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강퇴 호소인'이라고 칭하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야권은 경호처장을 당장 경질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 일정을 소화하는 중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면서 언론과 소통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수렴해 백브리핑의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여당 안팎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선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개 발언하면서다. 특히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개혁신당이 65세 이상 어르신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월 1만 원씩 교통카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이후 대한노인회가 발끈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 196명 중 엘리트 계층이 10여 명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포용했더라면"...'강성희 퇴장' 과잉 경호 논란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밖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 발생했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는데,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대통령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팔과 다리를 들어서 퇴장 조치한 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어. 양측의 현장 상황 설명은 달랐어. 대통령실 측은 강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으며 고성을 질렀다고 했어. 반면 강 의원은 국민 뜻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인사말을 건넨 것이었고 행사장을 방해할 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실은 '강 의원의 소동 및 퇴장 조치 상황'이라며 해당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어. 영상을 살펴봤는데 행사장 음악 소리가 커서 강 의원이 '고성'을 질렀는지는 파악이 어려웠어. 윤 대통령과 강 의원이 손을 맞잡은 건 약 6초 정도였는데, 경호원이 강 의원 손을 윤 대통령으로부터 떼어냈더라고. 또 대통령실 관계자 말대로 강 의원이 윤 대통령 잡은 손을 본인 쪽으로 잡아당긴 모습이 담기긴 했는데 '대통령과 또 행사에 참석한 국민들의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강 의원은 전북 전주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축하 말씀을 하기 위해 간 자리였는데, 이런 일을 벌인 건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했는데, 한편으론 지역민들이 다 있는 곳에서 그 지역구 국회의원을 팔, 다리를 들면서까지 퇴장 조치해야 했나 싶기도 해.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과잉 경호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 당연한 일이지만 강 의원은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검색대를 통과하고 몸수색까지 받은 상태였어. 또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을 지나친 후에도 경호처 측에서 강 의원에게 손날치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어. 반면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국가 고위 지도자에 대한 경호 수위가 이전보다는 불가피하게 다소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어.
-사실 강 의원의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지난해 10월 31일 윤 대통령이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연설 내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어.
-그래서 강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통령실 일부 출입기자들은 '오늘 또 소동 벌이는 거 아닐까'하는 예측을 하기도 했는데, 적중(?)한 셈이지. 대통령실 경호처도 만반의 준비를 했나 봐. 강 의원에 따르면 강 의원 바로 뒷자리에 경호원이 앉아 있기도 했대. '요주의 인물'로 예의주시했던 것 같아.
-만약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의 발언과 다소 과격한 행동에 대해 "말씀 잘 듣겠습니다. 행사 중이니 손 좀 놔주세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도 강 의원이 손을 계속 잡으려고 하고 소리를 냈다면 비판의 화살은 강 의원을 향했을지도 몰라. 끌려가는 강 의원을 보고도 윤 대통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른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모습도 조금 아쉬웠어.
◆15일 만에 돌아온 이재명, 강화된 국회 경호...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지.
-맞아. 부산 가덕도 현장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지 15일 만이야. 지난 17일 오전 8시 52분 이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 도착했어. 밝은 표정으로 천준호 비서실장, 권혁기 정무기획실장과 인사를 나누더라고. 이 대표는 "세상 모든 사람이 겪는 이 현실적인 어려움의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은 이런 일들은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 생각한다"라며 "국민들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어.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도 미소를 띠며 등장했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회의 시작 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했어. 회의가 진행되는 당대표실 뒤 걸개 현수막 문구도 이 대표의 귀환을 알리듯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로 바뀌었지. 이 대표는 22대 총선, 민생, 한반도 정세, 윤석열 정부 비판 등을 다루며 그 어느 회의 때보다 긴 발언을 이어갔어. 특히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는 강한 발언에 현장에 있던 최민희 국민소통위원장이 놀라기도 하더라고.
-이 대표에 대한 경호 강화로 국회 경내에서도 기자들 질문이 어려워졌다면서.
-복귀한 직후 권 실장은 "이 대표 경호가 강화돼서 백브리핑은 안 된다"라는 입장을 내놨어. 국회 방호과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 대표 곁을 바짝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더라고. 보통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나온 후면 기자들이 양쪽으로 붙어 질문하곤 하거든. 피습 사건을 명분으로 취재를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반발이 터져 나왔어. 외부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경호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신원이 인증된 기자들의 질문을 막을 필요가 있냐는 거지. 당은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수렴한 뒤 안정적인 백브리핑 방식과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이 대표는 지난 18일 피습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과 차담회도 나눴다고 하던데.
-지난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기자들과 위로를 나누는 명목으로 진행됐어.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목표는 절박하게 51%를 얻는 것"이라며 "151석 이상을 얻어 원내 제1당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말을 아끼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고 해. 이 대표에게 당 통합, 선거제 개정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정치권 시계가 빠르게 흘러갈 것 같아. 실제로 한 참모진에 따르면, 이 대표의 복귀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고 하더라고. 다만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이 대표의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로 인해 선거 운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어.
◆"망상 아닌가요?" 기자들도 놀란 한동훈 '말말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망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맞아.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어. 이 대표가 피습 15일 만에 국회로 복귀하며 한 발언을 직격한 거였지. 당시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거든. 여기서 법은 검찰 수사, 펜은 언론, 칼은 날것 그대로의 폭력을 의미하는 것 같아. 한 위원장은 취재진이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한 위원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요?"라고 답했어.
-한 위원장은 "제가 이상한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누가 죽여본다는 얘긴가요? 제가? 우리 국민의힘이? 아니면 국민들이?"라며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러면서 "그건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굉장히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 아니냐"라며 "(이 대표 사건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그렇게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이 대표다운 말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
-최근 한 위원장 발언 중에 가장 수위가 높은 편에 속했다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망상이라는 단어에 흠칫 놀란 듯했어. 망상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어. 망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망령된 생각을 뜻하는데, 여기서 또 망령이라는 건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남'을 의미하거든. 한 위원장이 다소 거친 단어를 사용한 배경에는 이 대표가 자신이 받은 피해를 확대재생산 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당시 곧바로 빠른 쾌유를 빈다는 입장을 냈었는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은 셈이지.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언급이 한 번 더 있었다며?
-응. 한 위원장은 자신이 개혁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250명 축소안을 두고 야권에서 정치혐오라고 비판한다는 질의에 "제가 국회에서 여러 가지 답변을 할 때 좌석들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며 "250명이면 충분하다. 이 대표께서 늘 조언을 들으시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께서도 250명이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어. 아무래도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것 같아. 이들 사이에 또 어떤 표현들이 오가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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