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 공천룰이 하나둘씩 결정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여야가 '자객 공천'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역대 선거에서 공천 잡음이 덜했던 당이 끝내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여야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공천룰 세팅에 국민의 참여 비중을 높이면서 중도 확장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지기반이 취약한 수도권, 호남권 등 험지에서 일반 국민 투표 비율을 80%로 높이고, 당원 투표 비율을 20%로 낮췄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약 50만명의 의견을 물어 공천 기준을 정하는 국민참여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성·청년·장애인은 심사점수에 25% 가산점을 주겠다는 기준도 내세웠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잇단 전략 공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청래 민주당 의원(서울 마포을)에 대항하기 위해 김경율 비대위원을 앞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루 전인 16일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와 맞대결할 인물로 거론했다. 공천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공천을 시사한 것이다.
한 위원장의 갑작스런 '구두 공천'에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마포을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시스템공천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으로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며 "참담하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 윤형선 당협위원장도 SNS를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스템 공천을 말해놓고, 다음날 바로 특정 후보자를 한 위원장이 밀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니 황당했다"라며 "(한 위원장의) 시스템 공천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역시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에 대한 당 검증위원회의 '적격' 판정에 따라 당내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검증 기준이 모호한 데다, 막말 등 여러 논란을 빚어온 친명계 후보들이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다. 아울러 친명계 후보들이 대거 비명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고 있어 당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자객공천은 언어도단"이라며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건데 왜 자객공천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민주당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이 최근 밀봉돼 공관위원회로 넘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폭풍전야 분위기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19일 하위 20% 대상자 공개 시점에 대해 "제가 캐비넷에 넣어놨고 아직 봉인된 채로 있다"면서 "통보도 제 책임 하에 마지막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하위 20%엔 경선 득표율의 20%를, 하위 10%엔 30%를 감산키로 한 상태다.
양당 모두 본격 경선 전부터 공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공천 잡음이 더 큰 당의 패색이 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제3지대에 이준석, 이낙연 신당 등 새로운 구심점이 있는 만큼 이같은 공천 잡음이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천으로 인한 잡음은 내부를 붕괴시킨다. 똘똘 뭉쳐도 어려운 선거인데 공천 때문에 내부가 분열돼 버리면 선거는 하나마나"라며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힘의 균형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