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민 "국민의힘, 변화할 수 있어...패배의식 걷어내야"


"국민의힘, 尹 영향력 크지만 사당화까진 아니야"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답을 찾겠다'는 한동훈의 말에 공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를 벽에 대고 소리치는 느낌이라면서 다시 돌아갈 가능성에 탈당하면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이 의원.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철새'라는 별명이 있었다. 재선을 앞둔 18대 총선에서 당적을 바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민주당 계열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돌아왔고 지난해 12월 3일까지 민주당 당원이었다. 그의 탈당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당내 비주류였고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과 이재명 대표 체제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자신의 쓴소리를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는 "벽에 대고 소리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에 또다시 '철새'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조금의 접점 없이 극과 극에서 정쟁을 이어오던 두 당이다. 그의 입당에 '공천 안 될 것 같으니 간다',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간다'는 말도 나왔다. 이 의원은 오히려 "공천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고 있냐"고 반문했다.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 바로 사당화의 증거란 취지다. 단도직입적으로 "민주당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돌아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탈당하면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며 "정상화될 수 없는 당"이라고 힐난했다.

'그래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은 너무 멀지 않냐'고 묻자 이 의원은 '할 만큼 했기에' 민주당을 탈당했고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15일 <더팩트>가 국회의원회관 이 의원 사무실에서 이 의원을 만나 국민의힘 의원으로서의 포부를 들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저는 어느 당의 이름이 붙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하자, 마침 한동훈 위원장이라는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니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에 있을 때 비주류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상식(현 미래대연합)과도 함께하지 않았다. 이낙연신당, 이준석신당, 금태섭신당, 양향자신당 등 제3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제3지대가 아닌 민주당과 정반대에 있는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이유가 뭔가?

국민의힘 입당 제안은 김기현 전 대표 시절부터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도 사정이 있지 않았나.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고 자리를 잡으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지난 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1시간 남짓 서로 속 깊은 얘기를 하며 의기투합하게 됐다. 특히 한 위원장이 충북에서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건건별로 맞는 답을 찾겠다." 한 위원장이 내세운 '격차 해소'에도 크게 공감했다. 경기도에서 교통문제를 말하지 않았나. 뿐만 아니라 한 위원장은 경제·사회·문화·교육·디지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격차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또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즉각 혐오·폭력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도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런 세 가지 부분이 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맥이 닿았다. 그래서 저는 어느 당의 이름이 붙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하자, 마침 한 위원장이라는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니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갔다.

-제3지대에 가지 않은 이유는 뭔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국민의힘 입당, 신당, 무소속 출마 이렇게 3가지였다. 솔직히 무소속은 자신이 없었다. 신당도 노력을 해봤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만나보고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도 만났는데 우선 저의 타임스케줄과 맞지 않았다. 이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는 12월 말에 탈당하고 이제 창당준비위원회를 하지 않나. 그럼 창당해도 1월 말이다. 2월까지 갈 수도 있다. 저는 12월 3일에 탈당했다. 빨리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시간을 끌수록 자칫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적, 재는 것으로 비칠까 봐 처음부터 빨리 결정하려고 했다.

제3지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지금 제3지대 세력도 여러 가지지 않나. 각자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있고 자기 주도적으로 하고 싶을 것이다. 접점을 만들어서 연합할 자신이 없었다. 지향점이나 방향성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제가 신당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급한 놈이 우물 판다고, 제가 그러면 국민의힘밖에 선택지가 없지 않나. 많이 고민스러운 일이긴 했다. 완전히 상대 당으로 가는 것이고 '철새'란 비판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배팅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제가 5선이고 이제 저도 의정활동을 총결산하는 단계에 있다. 6선을 못한다 해도 흐지부지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럼 승부를 지을 곳이 어딘지 고민했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지 않나. 도저히 가지 못할 것 같은 곳으로 저를 던졌다.

이 의원은 민주당 탈당을 오래전에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탈당은 11월 초쯤 하고 싶었지만, 저만 불쑥 탈당할 수가 없었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을 탈당할 결심은 언제 했나? '민주당엔 희망이 없다'고 결론지은 사건이 있었나?

민주당 탈당은 오래전에 결심했다. 원래 탈당은 11월 초쯤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저만 불쑥 탈당할 수가 없었다. 저와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함께 한 분들, 저 때문에 민주당에 있었던 분들의 입장이 있다. 그분들께도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늦추고 늦추다가 더 늦출 수 없어 12월 3일에 탈당하게 됐다.

민주당에서 좀 더 참고 견디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의정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당을 비판하는 제가 고립무원 상태로 가고 저 혼자 허공에 떠들고 있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초·재선, 중진 할 것 없이 침묵하고 동조했다. 민심이 들끓는데도 아무도 이 대표에게 한마디 못한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는데 당에서는 그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제가 오죽하면 '이재명과 그 공범자들'이라고 하겠나. '이재명 사당', 개딸의 폭력. 이런 것들에 완전히 침묵하고 동조하지 않았나. 초·재선, 중진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 앞에 납작 엎드려 맹종하는 사람들만 당에 남았다. 정상화가 될 수 없는 당이라 판단했다.

민주당 내 원칙과상식이 있었고 이 전 총리도 있었지만 함께하지 않은 건, 만약 그분들이 일찍 탈당하자고 했으면 모르겠다. '통합비대위' 구성을 제안하지 않았나. 저는 그게 구차하다고 봤다. 당연히 안 될걸 알면서 왜 제안하나? 그냥 명분쌓기로만 보였다. 이재명 대표가 개딸 내세워서 이미 점령한 당을 뭐가 아쉬워서 양보하겠나. 왜 안 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는 이 대표의 방패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를테면 탄핵의 요건이 안 되는데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해 버렸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한 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에 헌법재판관 9명 전체가 다 기각 의견을 냈다. 그런데 거기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검사 탄핵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한다고 하는데 그럼 민주당이 집권했던 문재인 정부 때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인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그게 다 뭐겠나.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하려고, 방패막이로 다 이용한 것이다. 사법적 정의감에 불타올라서가 아니라 이슈 덮고, 덮고, 덮으려고 뭐든 더 세게 던지는 거다.

-탈당할 때 일각에서 '공천 안 될 것 같으니 탈당한다',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간다'는 등의 비판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천 안 될 줄 알면서 가만히 있는 건 바보 아닌가. (웃음) 소위 말하는 '친명'이란 의원들이 그런 말로 저를 비난한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 안 됐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 말은 곧 공관위와 별개로 이미 자기들이 결정해 놓았다는 뜻 아닌가. 또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지금 5선이고 한번 더 하게되면 6선인데, 국회의장 하고 싶은 욕심에 국민의힘으로 갔다고 한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의 5선 이상 다선의원이 맡는다. 제가 국민의힘에 가서 국회의장을 한다면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 진다는 걸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말 아닌가. 비판을 하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해야지 늘 그런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다. 저를 비겁한 탐욕주의자로 만들어 망가지게 하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지금의 민주당을 두고 그런 말을 했다. 사람을 집단적으로 모욕하고 망신주는 데 능하다고. 아주 비열하다. 그게 민주당의 체질이 됐다.

'철새'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 제가 재선 때 민주당 공천 떨어지고 자유선진당으로 가서 당선된 뒤 민주당에 돌아갔다. 아직도 비판받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이 걱정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공익을 위해 합당한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못 갈건 또 뭔가. 욕을 하려면 해라, 돌을 던지려면 던져라, 그런 생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민주당 의원으로서 해온 법안들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일례로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발의했는데 이 법은 국민의힘에서 반대하지 않나. 이런 법안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국민의힘에서 당론으로 반대한 적은 없다. 평등법에 부정적인 건 기독교계와의 관계 때문인데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평등법에 대한 입장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 제가 법안을 발의할 때 공동발의 20명을 채우는 데 매우 힘들었다. 함께하기로 한 의원들도 결국엔 나중에 뒤로 빠졌다.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도 없었고 정의당 의원 6명을 합쳐서 겨우 했다. 평등법에 대한 입장은 양당이 별 차이가 없다.

제가 평등법 제정을 시도해 보니 아직 여건이 안 됐다는 걸 많이 느꼈다. 법안을 발의하면 뭐하나. 여전히 평등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너무 힘들었고 지금은 또 제가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는 공천 안 될 줄 알면서 가만히 있는 건 바보 아닌가. 소위 말하는 친명이란 의원들이 그런 말로 저를 비난한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 안 됐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라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을 향해 '개딸당', '이재명 사당' 등 비판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국민의힘도 만만치 않은 '윤심(尹心)' 논란, 당정일체와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영향력이 작용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당이라고까지 보기는 좀 어렵다. 물론 국민의힘 상황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라는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안 그랬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에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 같은 지지층도 없다. 그런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제 역할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차가운 보수가 아니라 따뜻한 보수, 완고한 보수가 아니라 부드러운 보수를 만들자는 의욕이 생겼다.

제가 입당하고서 느낀 건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아주 신랄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비공개라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매우 리버럴했다. 국민의힘이 보수적이고 경직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오히려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이 오히려 더 권위적이고 집단주의적이다. 활발하게 얘기하지 못한다.

-'친윤계 핵심'이라는 이철규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윤심 공천'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저는 솔직히 이 의원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잘 모르겠다. 이 의원이 친윤계 핵심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공천에 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는 채널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다만 제가 만난 이 의원은 매우 실무에 능한 사람이었다. 저는 20대 국회 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이 의원을 만났다. 한 위원장도 이 의원 선임 이유에 대해 '업무의 지속성'을 들었다.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한 위원장의 결기를 믿는다. 초선, 사실상 0.5선의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혔다. 그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하더라.

-민주당에서 쓴소리를 담당했었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어떤 쓴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당은, 국회의원은 민심을 대변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 기본 덕목이다. 다만 지금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다. 당이 어떤지 살피고 적응해야 한다. 당에 융화하고 당내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뭐가 마음에 안든다고 안 좋은 말하면 트러블메이커일 뿐이다. 다 당이 잘 되자고 하는 건데. 그런 시간과 과정이 지나고 제가 전해야 하는 민심이 있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할 것이다.

이 의원은 제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데 설명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저를 믿고 탈당과 입당을 함께 해 주신 시의원·구의원들께도 감사하다. 현실적인 성과를 통해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좋지 않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또 '결국 대통령에게 달렸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힘이 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건 양당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만의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거대 양당이 민심에 부합하지 않고 유능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이 보시기에 거대 양당이 민심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는다. '윤석열이 싫다', '이재명이 싫다' 이것만 남았다.

다만 여당은 국민이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만약 제가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을 할 것이다. 기술적인 게 필요하다. 저는 윤 대통령이 못하기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위해 회계장부를 공시한 것 등은 잘한 일이다. 민주당은 못했을 것이다. 노동 탄압이라고 하는데 윤 대통령이 뭐가 틀렸나. 나라의 세금을 운영비로 지원받고 있는데 회계가 당연히 투명해야 한다.

일본의 강제동원 채무 이행 문제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윤석열정부가 잘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일본 측이 전혀 이행할 생각이 없지 않나. 외교관계에서는 과거의 문제를 따지고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뭔가를 함께 만들어내는 이익적인 측면이 있다. 이걸 포기할 것인가. 일본이 이뻐서라기 보다 손을 잡아야 할 상황이 있는데 과거의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면 되겠나.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제3자 채무 변제론이다. 민법상 법리적 근거도 있다. 정당성도 있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것이지 않나. 강제징용 가게 한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 정부를 승계한 대한민국 현재 정부도 그 책임이 있다. 저는 이런 논리를 세웠으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정서적으로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겠지만, 정부가 그동안 노력해 왔고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필요했다. 방식이 거칠었다. 윤 대통령도 스스로 '고독한 결단'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검을 총선 끝나고 시작하는 절충안도 언급했는데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 있나? 하지 않았다면 할 계획이 있나?

제가 나름 절충안을 생각해 봤는데 그건 의미가 없다. 왜냐면 민주당은 특검을 총선 때까지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절충안을 받을 리 없다. 국민의힘도 정쟁용이라고 응할 리 없다. 두 당의 정치력이 부족해 생긴 문제지만 민주당이 좀 더 원인제공을 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의힘이 제가 입당하기 전 이미 당론으로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상황인 만큼 제가 개인적으로 밝힌 건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 새로운 안을 제시한다면 모르겠다.

이태원 특별법도 정치력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쟁점이 조사위원회 위원장 선출 방식 때문이었다. 저는 국민의힘이 막판에 제시한 안이 합리적이었다 생각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위원장 선출권을 대한변호사협회에 맡기자고 했다. 왜 위원장 선출에 굳이 야당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나. 정쟁으로 이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많은 분이 저를 통해 국민의힘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는 것 같다. 한 위원장도 제게 그 부분을 기대할 것이다. 저는 5선이고 대전을 지역구로 가지고 있다. 대전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한 석도 없다. 제가 오고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어떤 출렁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입당하고서 국민의힘 지지자 분들이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제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데 설명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저를 믿고 탈당과 입당을 함께 해 주신 시의원·구의원들께도 감사하다. 현실적인 성과를 통해 보여드리겠다. 당장은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큰 이슈였다. 여권에서 과학기술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 또 정치개혁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국회의장이 되고 싶다. 그걸 욕심이라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특권을 내려놓고 정치개혁을 이루고 싶다.

☞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대전 유성을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 신흥초등학교, 대전중학교, 충남고등학교를 거쳐 충남대학교 법대를 졸업해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해 당선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그 후로 당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법률 전문가로 20대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21대 국회에서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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