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통일부가 최근 종교계의 대북 사전접촉 사전 승인 신고 수리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간접적 서면 교류에 대한 사전 승인 요청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주민접촉은 국민안전 및 재산권 보호, 이산가족문제 등 필수적 (접촉) 사안에 한해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사자들은 통일부가 사실상 남북 교류 활동을 차단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평화통일위원회(기장 평통위)는 지난달 8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고서'를 제출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통해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에 1월 18일 고(故) 문익환 목사 30주기 기념 추도사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기장 평통위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달 15일 신청서를 접수했고, 28일 기장 평통위 측에 "남북관계 상황 및 관계기관 협의 등을 고려해 신청한 사전신고접촉 수리를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남북교류협력법(협력법)에 따르면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성서번역가이자 시인, 사회 운동가로서 민주화·통일 운동에 앞장섰던 문 목사 추도사 요청이 이러한 '우려'에 해당해 거부된 것인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 민간 차원의 교류 활동을 압박하거나, 규정대로 신고서를 사전에 제출해도 수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류를 차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남북한과 일본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해 온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사업,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조선학교 연구 관련해 신청한 사전접촉신고를 수리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기장 평통위 측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30년 넘게 매년 8·15를 기념해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와 조그련이 공동으로 작성해왔던 남북공동기도문에 대해서도 지난해 처음 통일부가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경고 조치를 했다"며 "여태까지 해온 교류인데도 수리가 안 되니 전면적인, 앞으로 할 모든 종교적 차원의 교류도 협력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위축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는 '신고제'인데 윤석열 정부 들어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처럼 시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남북교류협력법(협력법)에 따르면 남한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통일부는 수리 거부 사유에 대해 "북한주민접촉은 국민안전 및 재산권 보호, 이산가족문제 등 필수적 사안에 한해 엄격히 관리해 나간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북한이 정찰위성·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과거와 차원이 다른 도발과 국가안전보장을 위협하고, 우리 인원의 방북을 공식 불허하는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측 북한주민 접촉신고도 이러한 원칙과 입장에 따라 수리 거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종교계의 민간 차원의 교류 사전신고마저 수리하지 않는 건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주민접촉을 어렵게 하는 장본인은 북한"이라며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국가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도발·위협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접촉은 신중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통화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비정치적 민간 교류는 이어져 왔다. 2004년 문 목사 10주기 땐 북측조문단이 참석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조화가 전달된 적도 있었다"며 "아무리 상황이 엄중하더라도 민간 교류의 숨통까지 막아버리겠다는 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