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배신'인가, '용단'인가. 4·10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분당이 현실화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했던 비명(비이재명)계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 3명(김종민·조응천·이원욱)도 당을 떠났지만, 윤영찬 의원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흉기 피습으로 입원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퇴원 전 병상에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성 발언 의혹과 관련해 정성호 의원과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아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주중 부산과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방문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를 관람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인증샷'을 공개하며 반했다.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는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한 위원장의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충주맨'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참모들에게 정책 홍보 강화를 당부한 것인데, 뜬금없이 '충주맨'을 언급한 배경으로 여러 뒷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굵직한 정책을 발표했던 민생토론회와 이 대표의 퇴원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는데, 큰 차이를 보인 시청자 수에도 눈길이 갔다. 한편 정부는 취업 사기 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라오스 북서부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를 다음 달부터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재명, 정성호와 '성희롱' 현근택 징계 '병상 문자' 노출…마음 돌린 윤영찬?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괴한의 피격을 받은 후 회복 치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지. 그런데 이 대표가 퇴원 전 한 어떤 행동이 언론에 포착됐다고?
-지난 9일 한 언론은 국회 본회의 도중 '친명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이 대표가 '친명(이재명)계' 원외 인사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관련한 당내 징계 관련 논의를 주고받은 메시지를 포착했어. 대화에는 이 대표가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 자격 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컷오프는)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고 되물었고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답변하는 내용이 담겼지. 이후 이 대표는 현 부원장과 관련한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했어.
-현 부원장은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의 한 술집에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에서 A 씨의 수행비서 여성 B 씨에게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사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어. 관련해 현 부원장은 입장문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며 사과했지. 현 부원장은 현재 '비명(이재명)계'인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 중이야.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여당 그리고 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와 정 의원의 대화를 언급하며 "이렇게 되면 피습 이후 이 대표의 첫 메시지가 '현근택은요?'(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습 퇴원 첫 마디 '대전은요?'를 따온 것)인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병상에서까지 측근을 챙기고, 친명 핵심을 향한 공천 컷오프는 안 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어.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병상 메시지 내용은)진짜 경악스러웠다"라며 "당의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징계에 대한 절차와 가이드라인까지도 이재명 대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어.
-애초 '원칙과상식'은 10일 오전 9시 40분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는데, 전날 이 대표와 정 의원의 문자가 공개됐지. 이후 뜻밖에 '나비효과'처럼 회견 30분 전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하겠다는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어. 세 의원은 회견장에서도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고, '원칙과상식' 4인의 이름이 쓰여있던 탈당 기자회견문도 급하게 3인으로 수정됐지.
-현 부원장과 관련해서 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공천은 힘들 것"이라고 하더라고. 당내에선 현 부원장이 사실상 출마가 어려워지자 윤 의원의 공천 길이 열려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렸지. 또 정 의원이 사실 윤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당 통합'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의 문자 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했다는 추측까지 나왔어. 하지만 윤 의원은 해당 사진이 보도되기 전 민주당 잔류를 고심했다는 게 탈당파 의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야.
◆코로나 무관중 시기에도 '야구 사랑' 한동훈…국민의힘, 뒤늦은 해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했지?
-맞아. 한 위원장은 10일 부산을 방문했어. 무려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 때문에 생긴 민주당의 '부산 홀대론'을 겨냥한 모습이었어. 또 엑스포 유치 실패와 윤석열 대통령의 '떡볶이 사태'로 악화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지.
-한 위원장은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부산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어.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4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2번 당했는데 처음이 바로 이곳 부산"이라고 말했지. 부산이 롯데자이언츠의 도시인만큼 한 위원장은 야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보였는데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홀에서 기타를 배웠고,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어.
-그런데 한 위원장의 발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 됐다고?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부분이야. 한 위원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난 건 2020년 1월이었고, 같은 해 6월엔 법무연수원 용인본원으로 옮겼거든. 당시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거든. 프로야구는 2020년 5월에 개막했는데 한 위원장이 2020년 6월까지 부산에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야구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지. 누리꾼들 사이에선 거짓말 논란이 일었어. "사직동에서 TV로 본 거 아니냐" "검사 특혜로 야구장 들어갔냐" 등의 반응도 나왔지.
-국민의힘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어. 한 위원장이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도 부산에 살았다고 기자단에 공지를 보냈지. 국민의힘은 "짧은 인사말에서 몇 줄로 축약해 세세히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부산에서의 좋은 추억들이 많다"고 해명했어. 2020년 좌천됐을 때가 아니라 그 이전에 사직구장을 방문했다는 거야. 사진도 공개했는데 지금보다 젊은 모습의 한 위원장이 롯데자이언츠의 상징이기도 한 '봉지'를 뒤집어쓴 모습이야. 기자들은 재밌다는 분위기야. 옛 사진까지 찾아서 공개한 걸 보니 억울했나 보다라는 반응도 있었지.
◆구인사 찾은 한동훈, 기자들과 술래잡기?
-한 비대위원장과 기자들이 술래잡기를 했다던데?
-맞아(웃음). 한 위원장은 지난 9일 대한불교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방문했어. 천태종의 가장 큰 행사인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봉축 법회가 열리는 날이었거든. 구인사 안팎은 수많은 행렬과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어림잡아 1만5000명 정도였다고 하더라고.
-한 위원장이 등장하자 장내는 소란스러워졌어. 취재진부터 국민의힘 지지자, 유튜버, 구인사를 찾은 불자들이 모두 한 위원장 쪽으로 몰려들었거든. 한 위원장은 깜짝 놀란 채 눈인사를 보내고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과 접견실로 들어가 차담을 나눴어. 그리고 곧 술래잡기가 시작됐지.
-취재진은 한 위원장이 접견실 입구로 다시 나올 줄 알았어. 따로 출구는 없어 보였거든. 한 위원장이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가 구인사 측에 물어보려던 순간, 위쪽에서 환호성이 들렸어. 알고 보니 접견실 건물에 옆 건물과 이어지는 다리가 하나 있더라고. 한 위원장은 아래쪽을 쳐다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였어. 이 모습을 본 취재진은 부리나케 한 위원장을 쫓아가기 시작했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 탓에 한 위원장 쪽으로 향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맞아. 사람들도 많이 모였고 무엇보다 장소가 협소했거든. 구인사 탄신 봉축 법회는 광명전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광명전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으로 이뤄져 있었어. 길목도 좁았던 탓에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가는 건 무리였지. 자칫하다간 사고가 날 수도 있었으니까. 한 위원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모두 쉽지 않았어.
-한 위원장은 광명전으로 향하기 전 설법보전과 삼보당에 들러 참배하거나 구인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한 위원장이 잠시 머물러 있는 시간이었는데,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한 위원장은 여유롭게 취재진을 따돌리고 광명전에 무사히 도착했어.
-행사가 끝나고도 한 위원장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며?
-응. 한 위원장은 광명전 5층에서 열린 봉축 법회가 종료된 뒤 행사장을 빠져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손 인사를 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듯했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인 탓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어. 구인사 측에서도 안전을 이유로 이를 통제하기도 했고.
-취재진은 한 위원장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계단을 타고 내려갔는데, 한 위원장은 보이지 않았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건가 싶었는데 이미 한 위원장은 다른 길을 이용해 나갔다고 하더라고. 몇몇 기자들이 한 위원장을 발견하고 질문을 했는데, 한 위원장은 이에 답하지 않고 떠났어. 완벽한(?) 술래의 승리였달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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