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현근택은요?…'탈당→잔류' 윤영찬, 변심 배경은?


한동훈의 부산 야구장 '직관' 사실 여부 갑론을박
구인사 방문한 한동훈 찾아 나선 취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정성호 의원과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장 징계 문제를 논의하는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사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공교롭게도 해당 메시지가 공개된 이튿날 탈당하려던 윤영찬 의원이 잔류를 선택하면서 공천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병원을 퇴원하는 이 대표. /장윤석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배신'인가, '용단'인가. 4·10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분당이 현실화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했던 비명(비이재명)계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 3명(김종민·조응천·이원욱)도 당을 떠났지만, 윤영찬 의원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흉기 피습으로 입원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퇴원 전 병상에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성 발언 의혹과 관련해 정성호 의원과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아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주중 부산과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방문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를 관람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인증샷'을 공개하며 반했다.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는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한 위원장의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충주맨'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참모들에게 정책 홍보 강화를 당부한 것인데, 뜬금없이 '충주맨'을 언급한 배경으로 여러 뒷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굵직한 정책을 발표했던 민생토론회와 이 대표의 퇴원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는데, 큰 차이를 보인 시청자 수에도 눈길이 갔다. 한편 정부는 취업 사기 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라오스 북서부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를 다음 달부터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9일 오후 <이데일리>는 본회의 당시 이 대표와 정 의원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담긴 정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포착해 보도했다. /이데일리 제공

◆이재명, 정성호와 '성희롱' 현근택 징계 '병상 문자' 노출…마음 돌린 윤영찬?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괴한의 피격을 받은 후 회복 치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지. 그런데 이 대표가 퇴원 전 한 어떤 행동이 언론에 포착됐다고?

-지난 9일 한 언론은 국회 본회의 도중 '친명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이 대표가 '친명(이재명)계' 원외 인사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관련한 당내 징계 관련 논의를 주고받은 메시지를 포착했어. 대화에는 이 대표가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 자격 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컷오프는)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고 되물었고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답변하는 내용이 담겼지. 이후 이 대표는 현 부원장과 관련한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했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상식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래대연합(가칭)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원욱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 김종민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조응천 의원. /배정한 기자

-현 부원장은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의 한 술집에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에서 A 씨의 수행비서 여성 B 씨에게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사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어. 관련해 현 부원장은 입장문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며 사과했지. 현 부원장은 현재 '비명(이재명)계'인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 중이야.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여당 그리고 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와 정 의원의 대화를 언급하며 "이렇게 되면 피습 이후 이 대표의 첫 메시지가 '현근택은요?'(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습 퇴원 첫 마디 '대전은요?'를 따온 것)인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병상에서까지 측근을 챙기고, 친명 핵심을 향한 공천 컷오프는 안 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어.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도 "(병상 메시지 내용은)진짜 경악스러웠다"라며 "당의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징계에 대한 절차와 가이드라인까지도 이재명 대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4인 가운데 유일하게 당 잔류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약 30분 앞두고 돌연 민주당 잔류 의사를 밝혔다. /더팩트 DB

-애초 '원칙과상식'은 10일 오전 9시 40분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는데, 전날 이 대표와 정 의원의 문자가 공개됐지. 이후 뜻밖에 '나비효과'처럼 회견 30분 전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하겠다는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어. 세 의원은 회견장에서도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고, '원칙과상식' 4인의 이름이 쓰여있던 탈당 기자회견문도 급하게 3인으로 수정됐지.

-현 부원장과 관련해서 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공천은 힘들 것"이라고 하더라고. 당내에선 현 부원장이 사실상 출마가 어려워지자 윤 의원의 공천 길이 열려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렸지. 또 정 의원이 사실 윤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당 통합'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의 문자 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했다는 추측까지 나왔어. 하지만 윤 의원은 해당 사진이 보도되기 전 민주당 잔류를 고심했다는 게 탈당파 의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시당 당원들과 간담회에 참석, 총선 필승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코로나 무관중 시기에도 '야구 사랑' 한동훈…국민의힘, 뒤늦은 해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했지?

-맞아. 한 위원장은 10일 부산을 방문했어. 무려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 때문에 생긴 민주당의 '부산 홀대론'을 겨냥한 모습이었어. 또 엑스포 유치 실패와 윤석열 대통령의 '떡볶이 사태'로 악화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지.

-한 위원장은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부산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어.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4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2번 당했는데 처음이 바로 이곳 부산"이라고 말했지. 부산이 롯데자이언츠의 도시인만큼 한 위원장은 야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보였는데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홀에서 기타를 배웠고,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 부산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어.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자,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옛날 사진을 공개하면서 2007년에서 2009년, 2020년 두 번에 걸쳐 부산에 살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제공

-그런데 한 위원장의 발언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 됐다고?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는 부분이야. 한 위원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난 건 2020년 1월이었고, 같은 해 6월엔 법무연수원 용인본원으로 옮겼거든. 당시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거든. 프로야구는 2020년 5월에 개막했는데 한 위원장이 2020년 6월까지 부산에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야구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지. 누리꾼들 사이에선 거짓말 논란이 일었어. "사직동에서 TV로 본 거 아니냐" "검사 특혜로 야구장 들어갔냐" 등의 반응도 나왔지.

-국민의힘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어. 한 위원장이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도 부산에 살았다고 기자단에 공지를 보냈지. 국민의힘은 "짧은 인사말에서 몇 줄로 축약해 세세히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부산에서의 좋은 추억들이 많다"고 해명했어. 2020년 좌천됐을 때가 아니라 그 이전에 사직구장을 방문했다는 거야. 사진도 공개했는데 지금보다 젊은 모습의 한 위원장이 롯데자이언츠의 상징이기도 한 '봉지'를 뒤집어쓴 모습이야. 기자들은 재밌다는 분위기야. 옛 사진까지 찾아서 공개한 걸 보니 억울했나 보다라는 반응도 있었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 방문할 당시 몰려든 사람들에 놀라고 있는 모습. /김정수 기자

◆구인사 찾은 한동훈, 기자들과 술래잡기?

-한 비대위원장과 기자들이 술래잡기를 했다던데?

-맞아(웃음). 한 위원장은 지난 9일 대한불교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를 방문했어. 천태종의 가장 큰 행사인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봉축 법회가 열리는 날이었거든. 구인사 안팎은 수많은 행렬과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어림잡아 1만5000명 정도였다고 하더라고.

-한 위원장이 등장하자 장내는 소란스러워졌어. 취재진부터 국민의힘 지지자, 유튜버, 구인사를 찾은 불자들이 모두 한 위원장 쪽으로 몰려들었거든. 한 위원장은 깜짝 놀란 채 눈인사를 보내고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과 접견실로 들어가 차담을 나눴어. 그리고 곧 술래잡기가 시작됐지.

-취재진은 한 위원장이 접견실 입구로 다시 나올 줄 알았어. 따로 출구는 없어 보였거든. 한 위원장이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가 구인사 측에 물어보려던 순간, 위쪽에서 환호성이 들렸어. 알고 보니 접견실 건물에 옆 건물과 이어지는 다리가 하나 있더라고. 한 위원장은 아래쪽을 쳐다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였어. 이 모습을 본 취재진은 부리나케 한 위원장을 쫓아가기 시작했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 탓에 한 위원장 쪽으로 향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맞아. 사람들도 많이 모였고 무엇보다 장소가 협소했거든. 구인사 탄신 봉축 법회는 광명전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광명전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으로 이뤄져 있었어. 길목도 좁았던 탓에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가는 건 무리였지. 자칫하다간 사고가 날 수도 있었으니까. 한 위원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모두 쉽지 않았어.

충북 단양군의 구인사 광명전 5층에서 한 위원장을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 한 위원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김정수 기자

-한 위원장은 광명전으로 향하기 전 설법보전과 삼보당에 들러 참배하거나 구인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한 위원장이 잠시 머물러 있는 시간이었는데,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한 위원장은 여유롭게 취재진을 따돌리고 광명전에 무사히 도착했어.

-행사가 끝나고도 한 위원장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며?

-응. 한 위원장은 광명전 5층에서 열린 봉축 법회가 종료된 뒤 행사장을 빠져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손 인사를 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듯했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인 탓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어. 구인사 측에서도 안전을 이유로 이를 통제하기도 했고.

-취재진은 한 위원장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계단을 타고 내려갔는데, 한 위원장은 보이지 않았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건가 싶었는데 이미 한 위원장은 다른 길을 이용해 나갔다고 하더라고. 몇몇 기자들이 한 위원장을 발견하고 질문을 했는데, 한 위원장은 이에 답하지 않고 떠났어. 완벽한(?) 술래의 승리였달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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