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10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3지대 세력 연대론에 불이 붙었다.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거대 양당 체제를 깨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의회권력 양분 구조를 타파하고 양극화된 정치 폐해를 청산해야 한다며 제3지대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 갖고 모였다"고 강조했다.
중도 외연 확장을 노리는 제3지대 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만큼 이들이 '빅텐트'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비주류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 중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이 지난 10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튿날 탈당한 이 전 대표와 공동으로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개혁신당이 4만 명 이상 당원을 확보하면서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낙준연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제3지대 세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는 거대 양당과 맞먹는 수준이다. 검색어 트랜드 분석 서비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최근 1개월 동안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한 검색은 '국민의힘' '민주당'에 한참 떨어진다. 하지만 '이낙연' '이준석' 검색은 두 양당보다 높은 검색 수준을 보인다. 이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난해 12월 27일 '이준석' 검색 수치는 가장 높은 100까지 치솟았다.
전국 단위 선거철에는 정치권의 합종연횡, 이합집산이 연출됐다. 선거가 다가오면 유동성이 더욱 커졌고, 거대 양당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과 흐름에 따라 여든 야든 분열 양상을 보였다. 정치공학적 '연합'은 자칫 정치적 야합으로도 비칠 수 있지만, 주로 비주류 위주로 정계개편을 노리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열됐다. 친문(친문재인)계 대 비문(비문재인)의 계파 갈등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안철수 의원과 호남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한 뒤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38석을 얻었다. 국민의당은 원내 3당으로 올라서며 캐스팅보트를 쥐었지만 19대 대선 패배 이후 내부 갈등과 지지율 정체로 2018년 2월 유승민 당시 의원의 바른정당과 통합했다.
바른정당은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탈당파들이 2017년 1월 창당한 정당이다. 개혁·중도 보수'를 내걸고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지지기반으로 설정했던 '개혁 중도와 보수' 어느 쪽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불과 5개월 뒤, 19대 대선을 2주 앞두고 비(非)유승민계 의원 13명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집단 탈당하면서 당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2003년 11월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탈당파, 유시민계 등 개혁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새천년민주당은 대선 당선자를 배출하며 집권당을 예약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함께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새천년민주당은 민심의 역풍을 맞아 2004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찬성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으로 나뉘었고, 그들의 정치 카르텔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며 "선거 때마다 (기호) 1번, 2번의 싸움이지, 우리(유권자) 머릿속엔 다당제가 없다. 제3당, 제4당은 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과거 국민의당처럼 어쩌다가 한 번 성공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오늘날 한국의 모든 정치에 폐단을 만들어왔고, 우리 국민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속되는 적대주의와 배제주의, 대결주의는 진영 정치의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처방은 권력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