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조건부'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예고한 조응천 의원이 9일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말살됐고 '강성 팬덤 단합'만이 살 길이 됐다. (이 상황은 마치) 동료 학생을 매일 옥상으로 가서 돈을 삥뜯고는(뺏어놓고는) '우리 친구지? 친하게 지내자'하는 '일진'과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라고 민주당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날 오전 조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책 <무엇과 싸울 것인가>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자신이 △법에 의한 지배를 자행하는 윤석열 정부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와 싸우고 있어 저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없어서 이런 모든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해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다"라며 "국민께서 보기에는 (지금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하는 정치가 아닌 서로를 흠잡고 욕할 준비밖에 안 된 '비토(veto, 거부)크라시'다"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당내에도 민주주의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수박'이라며 좌표 찍기를 해 저주하고, '쫓아가서 쏴 죽인다'는 말까지 한다. 저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서 굳은살이 박여 있지만, 속살이 보드라운 다른 의원들은 말할 엄두를 못 낸다"라며 "당내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말살되고 '강성 팬덤 단합만이 살길'이라며 어색한 침묵만 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제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친윤(윤석열)' 단일 체제와 '친명(이재명)' 단일 체제다. (마치) 쉰밥 대 탄 밥(의 대결)이다"라며 "저는 윤 대통령도 잘 알고, 이 대표도 연수원 동기로 30년 지기다. 대충 맞추면 편하고 (정치권에서) 할 일도 많겠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고사(枯死)하고 있는데 곁불을 쫴봐야 역사의 죄인밖에 안 될 것 같아서 하던 대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의원은 "제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다. 남은 전력을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을 바로 세우고 '비토크라시'하는 정치를 복원하는데 진력하고자 한다"라며 "더 이상 민주당은 조응천 같은 사람은 필요 없는지, 제발 좀 답을 달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앞서 조 의원은 같은 날 출연한 라디오에서 오는 10일까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요구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답하지 않으면 '원칙과상식'은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축사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조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조 의원은 민주당의 '낭중지추' 역할을 해줬고,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이소영 의원은 "저는 혹시 모를 (조 의원의) 탈당 결심을 만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다. 후배들을 버리고 딴생각하면 반드시 발병이 난다. 마음을 돌려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당 창당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조 의원의 '지도'를 받겠다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축사에서 "혼란의 시대에 조 의원이 신념의 정치로 앞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기성 정치인의 벽에 누군가는 도전해 구멍을 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라며 "향후 대한민국의 정치를 위해 저는 기꺼이 조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