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과 당내 혁신계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의 거취 결단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분당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잠시 주춤했던 분당 리스크에 더해 여당발 중도층 확장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1일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과 함께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 표명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동지들과 약간 상의할 문제가 있지만, 이번 주 후반에는 내가 인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원로 정치인인 만큼, 탈당에 대한 미안함을 당원들에게 표명하고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이 가시화된 가운데, 원칙과 상식 역시 이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민주당 분당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 원칙과 상식 소속인 이원욱 의원은 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경선 참가하겠다, 불출마하겠다, 탈당하겠다, 신당으로 가겠다' 이 네 가지 선택지 중 저희가 기자회견 직전에 의견을 마지막에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를 요구해 왔다. 이 대표가 비대위 수용 불가 입장을 내자,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이를 연기했다.
정치권의 총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회복 치료에 전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은 총선을 90여 일 남겨둔 만큼 이 대표의 공백과 별개로 인재 영입 등 총선 관련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권혁기 당대표 정무실장은 지난 7일 "이 대표는 혈관 수술 후유증 우려 때문에 절대 안정 속에 회복 치료를 해달라는 의료진의 당부가 있었고, 이를 환자와 가족들이 따르고 있다"며 "퇴원 후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추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향후 과제는 중도층 확장, 혁신계, 비(非)이재명계의 이탈을 막고 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대표의 경쟁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선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합류를 이끌어내며 본격적인 중도층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신당 등 제3지대 돌풍에 맞설 전략도 짜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신당,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 등 빅텐트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이 연합한다면 제3지대 정당이 이례적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비대위 체제를 향한 요구가 더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색깔이 강한 캐릭터로, 지지층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다. 당내에서도 비대위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피습 이후 악화된 건강 상태로 인해 이 대표가 선거를 치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비대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 대표가 아픈 몸으로 당내 분란을 수습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이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을 다 인선해놓은 만큼, 할 일은 다했다. 1월 말이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한 골든 타임인데, 너무 지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