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이송이 민주당이 추진해 왔던 공공의료 정책과는 상반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은 두 병원 의료진 간 협의를 거쳐 이송을 결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나친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대표 병원 이송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피습 이후인 오전 11시 15분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았고, 오후 3시 20분 소방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술은 이 대표 피습 이후 5시간 18만에 진행됐다.
논란이 된 발언은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의 4일 브리핑 과정에서 나왔다. 민 교수는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재건술의 난이도가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했다. 부산대병원 의료 수준으로는 이 대표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는 맥락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부산대 측은 민주당과 이 대표 가족 측이 요구한 것에 따라 이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피습 당일 부산대병원 응급외상센터는 지혈을 위한 응급처치와 혈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CT촬영을 진행했고, 이 대표의 경정맥 손상을 확인했다. 곧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 대표 측에서 서울 이송을 원하면서 수술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란은 헬기 이송 특혜로도 이어졌다. 의료계 내에서는 부산대병원이 가동할 인력과 시설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과 가족이 원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가 소방 헬기를 타고 옮겨진 것은 특혜라고 보고 있다. 경남의사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닥터헬기는 의료쇼핑을 편하게 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정작 그 시간대에 헬기가 필요했던 일반 국민은 죽어갔을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역의료계에서는 민주당이 그간 추진해온 정책 방향과 위배되는 행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공의대 설립법과 10년 간 지역의료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 도입법을 통과시켰다. 공공의대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전액 국민 세금으로 교육을 받고 의사가 되는 조건으로 10년간 의료 열악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 부산시의사회 측은 4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숨겨두었던 선민의식이 베어져 나온 국민 기만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했다.
반면 정치권 내에서는 제1야당 대표가 국내 의전서열 8위의 유력 정치인인 만큼, 이 같은 논란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그런 사람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존중해서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지 그걸 두고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역시 "야만적 정치 테러를 규탄하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더 집중하는 의료인이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출신의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받을 곳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것이고, 지나치게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정쟁화하고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