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익법인 취소'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사건 '금수대' 이첩


영등포서→서울청 금수대, 44억 기부 과정 살필 듯
사안 중대성 고려? 수사 확대 여부 주목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 사건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됐다. 경찰은 한국위의 44억 원 기부금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9년 11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위원회가 출범식을 열고 있는 모습.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더팩트ㅣ이철영·김정수·설상미 기자]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 사건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로 이첩됐다. 경찰은 한국위가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의 기부금을 받은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일선 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 전문성이 확보된 상위 기관으로 옮겨지면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위는 유엔(UN) 산하 기구를 사칭해 거액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함께 법인 설립의 근간이 되는 정관에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협약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적시하고도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위는 이에 대한 주무관청의 시정 조치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끝내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결국 해산됐다.

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위 사건을 서울청 금수대로 이첩했다. 영등포서는 한국위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민단체 등의 고발과 진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고발인 등은 한국위 관계자와 한국위 회장을 지냈던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한국위를 유엔 산하 기구로 사칭해 44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취지의 고발장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고발인 등은 이와 함께 한국위 관계자들과 박 전 수석에 대해 사기죄·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제기했고, 한국위 법인 등록 과정에서 허위 자료가 제출됐는지 여부도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등포서 측은 현재 사건이 이첩됐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금수대 측 역시 사건이 이첩된 단계에 그친다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 등에서는 한국위 사건이 일선 서에서 금수대로 이첩된 배경에 대해 수사 당국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보통 큰 사건에 대한 기획 수사를 위해 청 단위로 이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혐의점에 대해 유의미한 부분이 없다면 청 단위로 넘어가지 않는데, 사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액이 많거나, 공직자가 연관돼 있거나, 언론 등에서 이목이 쏠릴 사건의 경우 (청 단위로) 이첩된다"며 "청 단위에서는 사건 수가 적은 대신 집중 수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위 출범 당시 보낸 축전. 문 전 대통령은 한국위를 유엔해비타트 최초 단일 국가위원회라고 소개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한국위는 지난해 7월 유엔 또는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한국위는 유엔해비타트가 세계 최초로 자신들을 국가위원회로 인준해 줬다고 홍보했지만, 애초 유엔해비타트는 국가 수준의 조직 인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위 초대 회장이었던 박 전 수석이 강조한 '유엔 산하 기구' 역시 거짓이었다.

한국위는 2019년 출범 이후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가량을 모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한국위에 기부한 기업 등은 한국위를 유엔 관련 단체로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불거지자 유엔해비타트 측은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측에 "유엔해비타트는 유엔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며 "한국위에 유엔해비타트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위는 기부금 강요 의혹과 특정 정치인의 선거를 지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은 현직이었을 당시 한국위 관계자와 기업 관계자를 청와대에서 만나 해당 기업들에 협력을 제안했다. 실제로 한 기업은 한국위에 4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한국위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당시 한국위 초대 회장이었던 박 전 수석의 선거를 돕기 위해 그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한국위는 지난해 11월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의 시정 조치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아 해산 통보를 받았다. 한국위는 법인 정관에 '유엔해비타트 본부와의 기본협약을 준수한다'고 적시했지만 관련된 협약을 맺은 사실이 없었다.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여러 차례 유엔해비타트와 해당 협약을 체결하라고 촉구했지만 한국위는 끝내 이행하지 않아 법인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한국위와 관련된 의혹이 점차 확산하자 지난해 12월 국회 운영위원회는 한국위의 법인 설립을 허가해 준 국회사무처를 질타했다. 당시 국회사무처 측은 운영위원들의 질의에 "한국위 설립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문구, 한국위 협력을 시작한다는 점, 본부가 한국위를 지원한다는 점 등(이 적시된) 유엔해비타트 사무총장의 서한 서류 하나만 가지고 협약이 끝난 것으로 안 것은 국회사무처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답했다. 최근 한국위는 법인 해산 이후 후속 절차에 따라 공익 법인으로도 지정이 취소됐다.

cuba20@tf.co.kr

js8814@tf.co.kr

snow@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