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천아인'의 합류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이 탄력을 받게 됐다.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완전체는 불발됐지만 현역 허은아 의원이 탈당과 의원직 사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신당 준비는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허은아 의원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이 전 대표의 '개혁신당'(가칭)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압승하는 세상, 우리의 자유가 제약되고,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허 의원은 "용산의 국정운영 기조와 불통이 문제고, 느닷없는 이념 집착이 문제고, 검사 일색 인사가 문제고, 거기에 더해 대통령 가족의 처신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못한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 비대위원장이 와서 윤색을 한다고, 급하게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라며 "비겁한 자들에게는 세상을 바꿀 기회, 결코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 의원은 앞서 탈당한 천하람 전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함께 개혁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는다.
허 의원이 합류하면서 개혁신당에는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천아인'이 모이게 됐다. 비례대표인 허 의원은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한다. 의원직을 포기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허 의원은 "민폐되지 않기 위해 깔끔하게 탈당한다"고 강조했다. 탈당계는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인 문병호 전 의원도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 사무총장에는 이 전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이 임명됐다.
이 전 대표는 개혁신당 준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창당 작업은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허 의원의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아직 공지나 문자, 이메일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벌써 5400명 정도 당원으로 가입했다"며 "소위 신당 추진 세력 중에서는 가장 건실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총선에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을 포함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까지 잡는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고 대체로 예상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은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설전을 연이어 주고받으며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향후 신당 성공 여부를 가를 관건은 인재 영입이다. 이 전 대표가 평소 가까웠던 인사들 외에도 합리적이고, 신선한 인물 또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연락은 주고받고 있다"며 중진급 인사 영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허 의원도 "합류하고자 하는 현역 의원들이 있다.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달리 지역 기반이 없는 점, 유력 대선후보의 부재는 치명적 약점으로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에 "신당이 성공하려면 지역기반, 유력 대선후보, 팬덤 등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팬덤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는 갖춰져 있지 않다"라며 "정치적 환경 역시 중요하다. 과거 통일국민당, 자민련,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성공한 것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극심하면 중도층에 있는 사람도 투표장에 가서 양당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