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이후 각종 음모론이 판치면서 가짜뉴스가 무분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가짜뉴스에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극단 진영 정치의 어두운 단면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3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는 이 대표 피습을 두고 '쇼'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채널 운영자인 이 모 씨는 영상에서 "주작 냄새가 물씬 난다"며 이 대표가 재판 지연을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몄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각에서는 '나무젓가락 흉기설'도 제기됐다.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보수 유튜버는 "상식적으로 칼로 찌르는데 1cm 열상으로 끝날 수 있느냐"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나무젓가락 찌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짜고 치는 게 분명하다", "일회용 나무젓가락 열상"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김 씨가 이 대표에게 휘두른 건 나무젓가락이 아닌 칼이다.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칼자루를 제거하고 손잡이에 테이프를 감았다. 총길이 17㎝로, 날 길이만 12㎝에 달한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나무젓가락 등 다른 물건으로 찔렀다는 기사가 있는데, 해당 보도는 오보"라며 "압수한 흉기를 감정한 결과 칼에 묻은 혈흔과 이 대표의 혈흔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유튜버들의 음모론은 정치 양극화와 정치 과몰입을 부추기는 대표적 사회악으로 꼽혀왔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조회수를 올리면서 시청자를 현혹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식이다. 극단적 성향의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후원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정정·반론보도 등의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가짜뉴스 확산에 우려를 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명백한 2차 테러"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 관련 경찰 수사와 함께 가짜뉴스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대책기구를 꾸릴 예정이다.
여당 역시 이 대표 피습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강도 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자작극이란 얘기가 도는데, 절대 그런 식으로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해석이 사회에 퍼져선 안 된다"며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고 우리 사회가 분열·갈등 양상이 심해졌다는 걸 나타내기 때문에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일부 유튜버가 조작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어떤 경우든 극단적인 사람들 때문에 여론이 형성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 양극화 현실에서 벌어진 테러인데, 강성 유튜버들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