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의 해' 밝았다…여야,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與 '정권안정론', 野 '정권심판론' 부각
李 '사법리스크', 진보 진영 분열 관건

4·10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24년 '총선의 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부터 정치권은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처지다. 오는 4월 10일 출범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총선이라는 일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속 민생고에 허덕이는 민심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정권 안정론'을 앞세우는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지형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이른바 '쌍특검'(김건희 특별법·대장동 50억 클럽 특별법) 법안과, 쟁위행위에 대한 사측의 과다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 내용의 일명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야권에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수적 열세인 여당은 따라 정국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야권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윤석열 정부의 각종 정책의 입법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상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입법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자체가 난제"라며 "총선에서 원내구도를 바꿔야 하는 게 당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의회 권력을 장악하는 일은 현 정부의 성공과 직결된 문제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야권에 부딪혀 진통을 겪었던 주요 국정 과제와 정책의 입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높아진 국정 장악력을 동력 차기 정권 재창출에 주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 안정론을 내세우는 이유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배정한 기자

반대로 여당이 총선에서 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본격적으로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30%대에 머무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위험수위까지 추락할 수 있고,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여당으로서는 치명타다.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앞세워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정치 신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며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당 안팎에선 한 비대위원장이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강도 높은 인적 쇄신으로 당에 새바람을 넣어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수직적 당정관계의 변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국정 심판론'을 부각하며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확인된 민심은 민주당의 기대감을 키운다. 지난해 10월 '민심의 전초전'으로 불렸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 지역이 3곳(갑을병)의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할 정도로 야당 강세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여당은 17.15%포인트 격차로 참패했다.

물론 총선까지 3개월 이상 남은 만큼 선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게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위례·대장동 의혹과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법원 출석이 잦을 것으로 보여, 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총선을 지휘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나 대표직 사퇴와 혁신비대위 전환을 거부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 여부에 대해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며 신당 창당 의지를 굳혔다. 아직 현역 의원이 당을 이탈하진 않았지만, '사퇴·혁신위 전환'을 요구해 온 일부 혁신계(비명계) 의원이 연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진영의 분열은 민심 향방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으나 갈등 봉합에 실패했다. /남용희 기자

애초 이 대표는 비명계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정치 경력과 연륜을 갖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28일 오찬 회동에서 사자성어 '현애살수(縣崖撒手·벼랑 끝에서 움켜쥔 손을 놓는다)'를 인용하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으나, 이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오히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기를 지원했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른바 '명낙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많은 국민이 이 대표가 의원직·대표직을 자기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방탄용'으로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공천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정도로만 공언해도 많은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혼전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1.6%, 국민의힘은 39%를 각각 기록했다. 양당 간 차이는 8%포인트에서 2.6%포인트로 1주 만에 다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며 3월 2주차(민주 42.6%, 국힘 41.5%) 이후 가장 적은 격차 보였다. 무당층은 11%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번 총선도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의 향배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가칭 개혁신당) 간판을 달고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전 의원과 제3지대 '빅텐트' 구축 여부가 거대 양당 구도를 뒤흔들 변수로 꼽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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