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회는 28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김건희 특검법)',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야당 단독 표결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혀 무효화 수순에 나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당 단독으로 '쌍특검' 법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을 거부하며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고 본회의장 밖에서 '특검법 강행 처리 규탄대회'를 열어 항의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재석의원 181명 전원,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의원 180명의 찬성으로 표결 결과 가결됐다.
쌍특검법은 지난 4월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됐고, 본회의 숙려기간인 60일이 지난 후 국회법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 건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 '성남의뜰' 등으로부터 정치·법조계 관계자들이 5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법안이다.'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가담한 의혹과 관련해 수사하는 법안이다.
민주당은 본회의 전 정의당과 협의해 설령 윤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국민의힘이 특검을 추천할 수 없도록 대통령이 소속됐던 정당이 특검을 추천하지 못하도록 법안 문구를 수정하기도 했다. 대장동 특검 수사 검사 수도 10명에서 김건희 특검 검사 수와 동일한 20명으로 늘렸다.
민주당 외에도 야당 의원들은 찬성 토론에서 쌍특검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께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거역한 채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은 더는 참지 않고 정권퇴진을 위해 일어설 것"이라 말했다.
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 찬성 토론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르면 법원은 유죄 판결을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동 피고인들의 1심 재판 판결문에 '김건희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고 적시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통정매매는 총 100여 건이었고, 이 가운데 48개 통정매매 거래가 김건희의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고 적시했다"라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증거가 차고 넘쳐야 대통령 배우자의 중대하고 유력한 범죄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쌍특검 법안을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을 흠집내기 위한 '총선용 악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 여론의 70%가 김 여사의 특검법을 찬성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명분을 강조하며 여당의 쌍특검 수용을 압박해 왔다.
정부·여당은 즉각 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히며 특검법 무효화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야당의 밀실 야합으로 만들어진 쌍특검법은 과정도 절차도 내용도 목적도 문제투성이인 총선 민심 교란용,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물타기용 악법"이라며 "통과 즉시 당당하게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쌍특검이 통과된 직후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 되는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이도운 홍보수석)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재적 의원 중 3분의 2(200석)가 찬성하면 대통령을 거치지 않고도 법안이 공포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00석의 찬성을 얻기가 어려운 만큼, 쌍특검법도 재표결 과정에서 부결돼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