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정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할 예정인 가운데,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쌍특검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 비대위원장은 해당 법안을 '총선용 악법'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한동훈 정치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쌍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이 상정되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이 대표를 찾아 상견례 형식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신임 지도부 등이 각 당을 예방하는 건 통상적 관례지만, 한 위원장의 경우 취임 첫날부터 연일 민주당에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오던 터라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식에서 "이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튿날인 27일에는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는 건지 묻고 싶다"고 이 대표를 연일 겨냥했다.
한 위원장의 비판에 이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 국정운영에 책임지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고 꼬집으면서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김 여사 특검 수용 불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말은 바로) 여당이 하던 말"이라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예방 뒤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 정국'을 관통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특검 수용 여부에 여당의 정국 주도권이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여당과 대통령실은 민주당 주도로 특검법이 강행 처리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발동하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정은 지난 25일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김 여사 특검법은 수용할 수 없고, '총선 후 특검·독소조항 제거'라는 조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장 역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며 "(총선에서의) 국민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여 전선 확대와 여론의 역풍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쌍특검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한 위원장의 입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압박한 데 이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데, 집권여당의 외면과 무시 때문에 지금까지 지연됐고 오늘의 이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사실상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났다. 특히 전 연령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높았으며,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한 위원장이 김 여사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야당의 쌍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쌍특검 이후 당정 관계 개선에 대한 비판이나 여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