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與野] '중간 지대 실종' 지지율로 확인된 정치 양극화


2023년 지지율 변동, 승자 없는 싸움
'1년 정쟁' 외연 확장 성공한 당 없어
세대·지역 고착화...정치 지형 극단으로

여야는 2023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1년간 여야 지지율 변동 추이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야는 지난 9개월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 다툼을 벌였지만 최근 3개월간 지지율 평균은 여당 34%, 야당 33%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대안 없는 비판이 난무한 정쟁으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론 역시 철저히 양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여야는 2023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1년간 여야 지지율 변동 추이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당은 최대 10%p 차로 야당을 앞설 때도 있었지만 30%대 지지율 붕괴 위기도 경험했다. 야당 역시 여당을 5%p 차로 따돌리면서도 한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야는 지난 9개월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 다툼을 벌였지만 최근 3개월간 지지율 평균은 여당 34%, 야당 33%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대안 없는 비판이 난무한 정쟁으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론 역시 철저히 양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與, ​'이재명 사법리스크' 민주당에 평균 5%p 우위

한국갤럽에 따르면 2023년 여야 지지율 여론조사는 모두 45주 차에 걸쳐 이뤄졌다. 이 중 국민의힘은 29주 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0주 차에서 상대 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야 동률은 모두 6주 차다. 지지율 1%p 격차 또는 동률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은 22주 차 우위를 점했다. 반면 민주당은 3주 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평균 5%p 민주당을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상대로 최대 10%p 격차를 보이며 35%대를 유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30% 선에서 보합세를 보였고 이보다 더 추락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거쳤던 까닭에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대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벌어진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압박, 안철수 의원의 이른바 '윤안 연대'에 대한 대통령실 저격 등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돼 기뻐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왼쪽)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이동률 기자

비슷한 시기 불거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당에 '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28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고, 2월 10일 검찰에 재출석했다. 해당 기간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 후 구속영장이 청구되기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34%→31%→30%' 순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국민의힘은 '35%→37%→37%'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된 때 민주당 지지율은 다시 34%로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29%로 급락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더 거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일한 시기 국민의힘은 39%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과 10%p 격차를 보였다. 2023년 가운데 여야 지지율 격차가 가장 컸을 때다.

◆제3자 변제, 후쿠시마 오염수...野, 국민의힘 지지율 역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역전한 시기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다. 이때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계속됐지만 민주당은 최대 5%p 차로 국민의힘을 앞서기도 했다. 지지율이 뒤바뀐 데에는 여당의 악수가 있었다기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3월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배상 문제의 당사자인 일본 기업이 아니라 제3자, 즉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야기됐다. 같은 달 9일 일본 외무상은 강제동원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여론은 들끓었고, 비슷한 시기 불거진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이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관련 이슈는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야당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실제로 38%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급락해 한 달 동안 3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민주당은 33%→35%→36%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지지율이 4%p 빠지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곧 윤 대통령의 '무릎' 발언으로 5%p 급증하는 반사효과를 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주어'가 빠져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의견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대외적 훈풍으로 지지율 역전의 기쁨을 누렸지만 역설적이게도 당내 문제로 다시 추락했다. 이른바 '김남국 코인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에게 코인 매각을 권유하고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시에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은 부침을 겪게 됐다.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민주당과 최대 5%p 격차를 벌리며 35%대 지지율 회복에 성공했다.

◆'잼버리 논란-이재명 단식' 여야 지지율 엎치락뒤치락

여야는 하반기 시작과 함께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다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6%p 격차를 두 차례나 보였다. 민주당은 5%p 급락하며 30%대 지지율이 무너졌지만 곧바로 7%p를 회복해 단숨에 35%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7월 말 29%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코인 논란'과 관련한 국회 윤리특위 자문위의 김남국 전 의원 제명 권고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지속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여론 변화도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광주·전라의 민주당 지지도는 43%로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8%p 하락한 수치였다.

국민의힘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같은 기간 35%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과 6%p까지 격차를 벌렸지만 이른바 '잼버리 논란' 영향으로 지지율은 3%p 깎인 32%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반사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돈봉투 의혹에 따른 윤관석 의원 구속과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으로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이 지난 9월 단식 도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이재명 대표와 만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8월 말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 선언 이후 무려 5%p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다. 당시 지지율은 27%로 2023년 민주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 대표의 단식이 오히려 그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국회 윤리특위 소위원회에서 코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된 점도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한 주 만에 7%p 반등하며 단숨에 국민의힘과 동률을 기록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호남 등 민주당 전통 지지층 결집에 본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전라의 민주당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18%p 급증했고, 30대와 40대에서 각각 15%p, 13%p 지지율이 상승했다. 비슷한 시기 불거진 홍범도 장군의 흉상 논란 역시 야당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개월 '與 34%-野 33%'...오차범위 내 접전

여야는 최근 3개월간 오차범위 내 경합을 펼치며 사실상 동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9개월간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를 관통한 여론이 양극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월과 12월 여야 지지율은 각각 35%-33%, 36%-34%로 차이가 없었다.

세부적으로 지역별, 연령별 지지율은 1월보다 12월에 더 고착화됐다. 지역별의 경우 1월과 12월을 두고 비교해 보면 대구·경북(TK)의 여당 지지율은 46%→60%, 광주·전라의 야당 지지율은 52%→62%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서울, 인천·경기) 여야 지지율 변동 평균은 각각 35%→35%, 34%→34% 등으로 거의 동일했다.

2023 여야 지지율 변동 추이를 분석해 보면 여야 모두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양극화로 인한 중간 지대 실종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여야 지지율이 높은 세대별 변화 역시 양극화를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6070의 여당 지지율 변동 평균은 57%→57%, 4050의 야당 지지율 변동 평균은 43%→45%였다. 2030에서는 무당층(없음, 응답 거절)이 42%→40%로 큰 변화 폭을 나타내지 않아 여야 모두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략 정당 지지율로 보면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대와 5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변동 폭이 그렇게 크지 않다"며 "각종 이슈에 따라서 여야 지지율이 변화하긴 하지만 오늘날 정치 현황은 '중간 지대 실종 사건'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 변동은 현재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여론의 변화가 지지율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총선이 대선 다음으로 투표율이 높은 만큼 실제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펼쳐질 수 있다. 특히나 오늘날과 같이 정치 지형이 극단으로 나뉜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여론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js8814@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