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방향은 확실하다. 욕심대로라면 제1당 돼야 한다."(13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다."(18일 KBS 사사건건)
"실망스럽다. 나로서는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20일 입장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에 한 발짝 물러섰다. 앞서 창당을 예고한 지 5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신당 창당을 진짜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 "네, 방향은 확실합니다"고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당에서는 당장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신 국무총리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이 전 대표를 고립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회군' 움직임 속, 연말 정국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접고 퇴로를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창당을 공식화한 후 거센 당내 반발에 맞닥뜨리면서다. 총 117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반대하는 연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호남에서도 싸늘하다. 한 호남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 타이틀로 총리까지 하신 분이 창당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리며 "원래 지역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고, 이 전 대표가 창당을 한다고 해도 합류할 의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총리들의 '통합' 강조 메시지 역시 이 전 대표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이 대표와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만나 통합을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심판 성격을 띠는 내년 총선에서 분열은 필패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찬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이 전 대표와 물밑 대화를 나누는 등 통합 행보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 역시 "당 단합 위해 못할 게 없다.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 할 게 없다고 했다"고 화답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끌어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향한 고립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통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결국 이 전 대표에게 민주당에 돌아올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틈을 타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확실히 포섭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신당 창당한다면 총선은 지는 것"이라며 "당의 큰 줄기를 이어 온 문재인 정부 출신 총리들과 힘을 합치고 이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이 대표의) 작전이다. 이젠 이 전 대표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을 주장하며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회동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에 반대하는 당내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며 "회동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