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어 '2기 내각' 인사를 단행하면서, 막바지 개각 대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눈길이 쏠린다. 여권 내에선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을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당무 개입 논란을 사전 차단하며 거리두기 하고 있지만, 당이 의견수렴을 마치는 대로 '한동훈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높다.
윤 대통령은 19일 외교부 장관에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 국가정보원장에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을 각각 후보자로 지명하는 외교·안보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와 국가보훈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6곳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하고,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핀셋 지명한 데 이어 '윤석열 2기 내각'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2기 내각 인선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여권 안팎의 시선은 한 장관을 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대외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끌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당내 소중한 자산이므로 이미지가 소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중론으로 갈린 상황이다. 특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맡기겠다고 시사할 정도로 비대위원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 장관 추대를 둘러싸고 친윤계와 비윤계가 맞서고 있다.
정치권은 여당이 조만간 '한 장관 추대'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과 중진의원, 의원총회,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의견 수렴을 마쳤고, 오는 20일에도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당내에선 "당에서 이미 큰 흐름이 정해졌고 윤 원내대표가 계속 의견을 듣는 것 자체가 (한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한) 나름의 정당성을 찾기 위한 노력 아니겠나"라는 말이 나온다.
당사자인 한 장관도 정계 데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비대위원장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구성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을 두고 "진짜 위기는 경험 부족보단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진짜 위기가 오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대통령실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 개각은 아침과 저녁 상황이 다를 만큼 여러 가지로 긴밀하게 연동돼서 결정되는 사안"이라고만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을 일축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한 장관이 일찍 총선 레이스에 합류해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이후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였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공천 과정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찐윤(친윤석열계 신진세력)'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한동훈 카드'를 내미는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조기 등판할 경우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맞물려 야당으로부터 '윤석열 아바타' 공세에 직면하면서, 신선한 정치 신인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이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서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건희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