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위기의 국민의힘을 구할 구원투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일까.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위한 국민의힘 연석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에 대한 지지가 다수 나오면서 그의 여의도 등판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당내 주류로 분류되는 친윤석열계 인사들은 한 장관의 스타성을 앞세워 총선 바람몰이를 기대한다. 반면 정치 신인이 선거판 지휘봉을 잘 잡을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한 장관이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걱정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 원외위원장들이 참석했으며 2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장관이 차기 대선주자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만큼 정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참신한 분위기로 쇄신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원사이드하다. 민심대로 지지율 높은 분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지지율 낮은 사람을 인위적으로 임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의견이 있었다)"이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발언 기회를 얻은 참석자 중 80% 정도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찬성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평가되는 수도권이나 세종, 호남의 당협위원장들도 90% 비율로 한 장관 체제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더팩트>에 "의총 때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는데 원외에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다. 언론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말을 하지만 언론과는 반응이 달랐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한 장관이 간절하다는 분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도 "1시간가량 앉아 있었는데 더 앉아서 들을 필요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거론됐으나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반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전반부에 친윤계가 세몰이를 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반대 의견도 다수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대형 선거를 진두지휘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주였다.
한 장관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는 친윤계 인사들과 달리 비주류 인사들은 반반 정도로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더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한 장관이) 선거나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우려를 표한 이들의 비율을 묻자 이 의원은 "5분의 2나 5분의 3 정도"라고 답했다.
한 장관의 등판 시점이나 쓰임새도 논쟁거리다. 한 장관이 원톱으로 나선다면 총선 결과에 따른 리스크 역시 홀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정권 심판 정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 있다. 이에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대위원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한 장관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다들 동의하지만, 비대위원장이어야 하는 데는 의견이 나뉘었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은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당무에 대한 부담을 안 주고, 전국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띄울 일을 맡겨야만 본인이 당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난상토론 끝에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윤재옥 권한대행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과정을 거친 후에 판단하겠다"면서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 당 지도 체제 정비라는 것이 오래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로 결국) 갈 것으로 보인다"며 "좌초되고 있는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는 대안이 누가 있는지 살펴보면 한 장관 외엔 없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