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에 거세지는 김기현 '사퇴' 압박…"리더십 상실"


'김장연대' 형성했던 장제원 불출마...김기현, 결단하나
비주류 "불출마로 부족...대표직 내려놔야" 주류 "비대위 늦어"

12일 친윤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기현 대표의 거취 압박도 커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시선은 장 의원과 '김장연대'를 형성했던 김기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친윤계 주류 진영은 김기현 체제 엄호에 나서면서도 김 대표가 불출마 등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모습이다. 당내에서 김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는 커지는 가운데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된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 이제 떠난다.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는다"면서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윤핵관 중의 윤핵관'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형성하며 김 대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3일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용퇴'를 권고한 후 당사자가 불출마 선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역구민 4000여 명이 참석한 산악회 행사 사진을 공개하며 세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교회 간증에서는 직접적으로 용퇴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달여 만의 입장 변화다.

당내에서는 장 의원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앞선 인요한 혁신위의 용퇴 혁신안에 대한 첫 응답이다.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장 의원. /뉴시스

장 의원의 결단은 거취 압박을 받고 있는 김 대표에게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예상보다 빠른 감이 있다"면서 "(장 의원의 결단이) 여러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고 봤다.

김 대표를 향한 거취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 사퇴 여부보다 당내 리더십과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게 된다면 김 대표가 사퇴할 필요가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장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인요한 혁신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김 대표가 이에 상응하는 희생과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대표의) 총선 불출마는 사실 의미가 없다. 김 대표 불출마가 수도권 선거에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용호 의원도 김 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의 소견으로는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김장연대'를 통해 당 대표를 만든 책임도 지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당권을 두고 김 대표와 경쟁했다. 그는 "윤핵관 중의 윤핵관 리더로서 대통령실과 당이 처한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 책임을 지는 결심에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차가워진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장제원 의원의 결심이 밑거름이 되어 차가운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후속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혁신하고 국민께 신뢰를 되찾는 길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11일) 김 대표가 '사즉생의 각오'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 "모두가 사즉생을 하라며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돌리고 (정직 본인은) 대표직에서 뭉개고 있는가"라며 "김 대표는 당원과 국민께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나 신뢰와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는 정권 출범 후 지난 2년 동안 정국 운영에 대한 책임감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장제원 의원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눈 감고 뭉개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판을 뒤엎으면 대안이 보인다"며 김 대표를 저격했다.

다만 당내에서 비대위 전환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거였으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했을 때 했어야 했다. 지금은 좀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총선 체제로 가면 어차피 당 대표의 존재감은 사라진다"면서 "그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나"라고 봤다.

친윤계 주류 진영은 '김기현 체제' 수호에 나서면서도 불출마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총선을 4개월 앞둔 상황에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당의 리더십이 새로 구축돼야 하고 시간과 과정을 겪어야 한다. 전쟁을 제대로 치러보지도 못하고 끝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다면 불출마 선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실 수는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전날(11일) 국민의힘 의원 전체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는 친윤계 초선 10여 명이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비주류 중진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된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 관계자는 "내일까지 공식 일정이 잡힌 게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는 13일 예정된 정책의원총회도 돌연 취소했다. 당 안팎으로 김 대표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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