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 1번' 류호정, 탈당 없는 창당에 당내 싸늘


류호정 "1월 당원 총투표 전 탈당 생각 없다"
'해당 행위'로 당내 징계위 회부되도 의원직 유지될 듯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여성 징병제·모병제를 성평등 공약으로 띄우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의당은 류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당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여성 징병제·모병제'를 성평등 공약으로 띄우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나서 류 의원이 즉각 탈당해 '배지(의원직)'를 반납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류 의원은 당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오는 1월 중순까지는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신당 창당을 둘러싼 정의당 내 파열음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류 의원은 자진 탈당해 의원직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정의당 소속으로 이중 당적 상태가 아니다"라며 "(정의당) 비대위에서 얼마 전 당원 인식조사를 했다. (결과)'새로운 선택' 등 제3지대에 대해서 4분의 1 정도 되는 당원들이 긍정했다. 내년 1월 중 당원 총투표로 선거 방침을 정하는데 그때까지 당원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인 류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은 다음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승계된다. 반면 정의당이 류 의원을 출당 또는 제명시킨다면 류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류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앞서 류 의원이 소속한 '세번째권력'은 금 전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새로운선택)에 연대하기로 했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11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역에서부터 가사까지의 성평등'을 추진하겠다며 '여성 징병제·모병제'와 '남성 육아휴직 전면화' 등을 젠더 정책으로 발표했다. 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와 같은 주장도 그렇다. 성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한 격언이지만, 이제는 성평등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양당정치 이상으로 진영화된 젠더 대결의 완화를 위한 적극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말했다. 류 의원은 여성 징병제는 저출생 사회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류 의원의 행보에 정의당 반응은 싸늘하다. 정의당은 류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신당 창당 행보를 나서는 것을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하고, 류 의원의 탈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오는 16일까지 류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류 의원을 당내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내 징계에도 자진 탈당이 아닐 경우 류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박헌우 기자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운선택·세번째 권력'이 자신에게 창당대회 초대장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류호정 의원과 조성주 (세번째권력) 위원장이 탈당계는 내주시고 초청장을 보내는 게 맞다고 본다"며 "16일까지 두 분의 탈당계를 기다리겠다"고 남겼다.

김 비대위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16일까지 (류 의원이) 탈당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할 것 같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단심제로 중앙당에서 바로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비대위에 있다"며 "(다만)당이 제명하면 계속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으니 류 의원은 그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지방의원들도 같은 날 성명문을 통해 류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전날(11일) 정의당 당직자 일동도 류 의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내 "오로지 자신의 의원직 유지를 위해 '배신의 정치', '꼼수 정치'로 당원들을 기만하는 류호정 의원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라고 분개했다.

당초 류 의원과 같은 '세번째권력' 소속이었으나 최근 탈퇴 후 정의당 잔류를 택한 장혜영 의원도 류 의원의 탈당은 '상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 의원은 특히 류 의원의 젠더 정책 논리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각을 세웠다.

장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류 의원의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주장 성평등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언에 관해 "누가 그런 페미니즘 정치를 했는지 궁금하다. 그 가정 자체가 좀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 징병제 등 젠더 정책에 관해서는 "군대 내의 성차별, 성폭력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장 의원도 장기적으로는 남녀평등을 기반으로 한 모병제 및 여성 징병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세번째권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태도가)민주당, 국민의힘보다도 못 하다. 이낙연 전 대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의지를 일관되게 밝히는 데도 당에서 나가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라며 "류호정이라는 개인이 싫은 문제를 신당 문제를 빌미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manyzer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