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성과 없이 빈손으로 조기 해산하자 당내에선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성토가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일부 당 중진들은 김기현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3선인 하태경 의원은 1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쇄신 대상 1순위는 김기현 대표다. 불출마로 부족하다. 사퇴만이 답"이라는 글을 올리고 김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김 대표는 강서구 보궐선거 직후 사퇴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빼고 아랫사람만 사퇴시켰다"라며 "홍준표 시장 말대로 패전 책임은 장수가 져야 하는데 꼬리 자르기만 했다. 이때부터 우리 당은 좀비정당이 됐다"고 직격했다.
하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가 조기 해체로 실패한 책임도 김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위 출발은 괜찮았다. 김 대표가 전권을 약속했고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혁신위 죽이기로 일관했고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며 "전권을 주겠다던 혁신위는 결국 김 대표의 시간벌기용 꼼수였다. 혁신위와 당원, 국민 모두 속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김 대표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가 활동을 접었다. 사실상 개점휴업 하다 조기 폐업했다. 혁신위를 구성했는데도 지도부는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때보다 더 큰 위기"라며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단호히 바로잡겠다는 결기가 김 대표 당신에게 있냐고 묻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서울 6석 전망' 당 내부 분석 자료도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지도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우려가 감지된다.
하 의원은 "총선 판세는 서울 6석 승리로 나왔다. 이대로 가면 우리 당은 내년 총선 100석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김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반쪽 정부를 온전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도 "서울에서 참패한다는 분석이 놀랍다는데 나는 놀랍다는 반응이 더 놀랍다. 서울이 험지라니 무슨 말씀이냐"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대선, 지선까지 국민의힘이 승리한 텃밭이다. 국민의힘이 하는 짓에 실망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떨어져 나가니 이 꼴이 된 것"이라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경기 동두천·연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도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처절한 성적표를 받고도 책임지지 않고, 혁신위를 기득권 자리보전의 시간 끌기용으로 위장하고. 수도권 6석 분석에 쉬쉬하며 '수포당'(수도권 포기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며 "김 대표의 희생으로 위기에 빠진 당과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구해주시길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에 속도를 내는 등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반응도 싸늘하다. 하태경 의원은 "김 대표는 혁신은 거부하고 조기 공관위로 위기를 돌파한다고 한다. 또 꼼수에 당해선 안 된다. 김 대표가 있는 한 조기 공관위는 혁신위 시즌2에 불과하다"라며 "혁신 공천안이 올라와도 김 대표가 최고위에서 뒤집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