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 혁신위원회가 공식 해산을 발표한 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났다. 안 의원은 "혁신위가 치료법을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고 비판하며 김기현 지도부에 네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 위원장을 만난 안 의원은 "혁신은 실패했다고 본다. 이제는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어떤 방향으로 민심을 회복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낼 것인지, 혁신위의 희생에 답을 내놓을 차례다"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인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안 의원은 "제가 주장했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당 지도부는 공감하지 않다가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 수도권 위기론이 사실인 것이 밝혀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위가 만들어졌다"며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면서 수도권 위기론을 불식할 정도로 당이 혁신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은 혁신위가 지도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앞으로 민심이 더 차가워질까 두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에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안 의원은 크게 네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 지도자들의 정치적 희생을 통해 국민 마음을 얻는 방법이 필요하다. 정부와 함께 국정을 주도해 온 분들이 강서구청장 패배와 혁신위 조기 해체에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가.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정관계 회복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당정일체'라는 말이 지난번 당대표 선거 때 나왔고 그 결과는 뭐였는가. 민심과 잘못된 용산의 다른 결정을 당에서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지지율과 용산의 지지율이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 의원은 총선에서 과학기술 인재 적극 발굴, 진영을 통합할 수 있는 확장정치 등을 혁신 방향으로 제안했다.
안 의원은 앞서 논란이 됐던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 요구에 대해선 "혁신과 희생을 실천하기 위한 압박용이었지 공천권 행사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공천권 투쟁이 있어선 안 된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를) 비판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들이 공천권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공천은 객관적 기구에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당대표나 공관위원장 사심이 개입돼선 안 된다. 철저히 총선 성공을 위한 민심 회복 공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안 대표가 어려울 때 따뜻한 말을 해줘 고마워서 찾아왔다"며 "혁신위가 많은 기대에 못 미쳐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연일 설전을 벌이는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선 "관심이 없다"고 받아쳤다. '통합을 강조했는데 이 전 대표와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안 의원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10여 년간 이 전 대표가 저를 미워했지만 저는 관심이 없었다"며 "이 전 대표에 대해 제가 먼저 말을 꺼낸 적이 없다. 항상 질문에 대답한 것밖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