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종로=조채원 기자] 그래도 원내 6석의 '제2야당'이다. 아직 창당도 안 한 '이준석 신당'보다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어느샌가 '페미니즘만 하는 정당',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 갇힌 탓인지 뭘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양당 지배 정치에 소외·배제되거나 견제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정의당 지지율은 오차범위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고착화했다. 한때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었던 정의당은 언제, 어디서부터 대중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을까.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정치적 대안으로 선택 받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간판 인물 부재'와 '정책적 혁신 실패' 두 가지로 진단했다. "정의당은 가치와 노선 정책에 기반한 정당이지만 유권자들은 인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노회찬, 심상정 이후 국민들에게 존재감 있고 설득력 있는 후배 정치인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진보적인 정책들과 정의당 정책의 변별성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요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청년 3만 원 패스'는 정의당 홈페이지에 올린 지 1년 넘은 핵심 정책이다.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은 정의당이 선도했고 민주당이 2021년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한국 사회에 독자적 진보정당의 가치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국민적 시선에서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선 가능성 등 현실적인 여건도 정의당으로 표와 사람이 모이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정의당은 무엇을 하고 있고, 누구를 대표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계속 노동인권을 대변해왔고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젠더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소속 국회의원 6명 중 3명이 노동계 출신이고,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법을 주도한 것도 정의당이다. 프레임에 갇혔다는 억울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인식의 틀을 바꿔내지 못한 게 당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말도 맞다고 본다.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구체적인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민생을 당장 바꿀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의 정책 의제 법안을 좀 더 잘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비대위원장으로 2주 정도 활동했다. 소감은.
국민들에게 '그래도 정의당이 필요하지'란 의미들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저와 비대위원들은 굉장히 열심히, 최선의 노력은 다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나 당원 눈높이에는 우리 행보가 너무 느리다고 여겨질 것 같다. 만나야 할 사람이 산더미고 노란봉투법·방송 3법 거부권 투쟁 등 현안들도 대응해야 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대외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당내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에 서로 상처를 받은 것 같다. 4월 총선 시간표에도 맞춰야 하고, 당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경쾌한 메시지를 바라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당원들 생각도 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면 쓰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균형점을 찾아가며 달리고 있다.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한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와 함께할 수 있나.
당 전국위원회의 결정사항은 '불평등, 기후위기, 지역소멸, 양당 기득권 정치에 맞서'라는 가치가 전제돼 있고 그 대상은 '녹색당 등 진보정당, 민주노총 등 노동세력, 지역정당 등 제3지대'라고 돼 있었다. 결국 진보정당과 제3지대는 어디까지냐가 해석으로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거나, 만나겠다는 의사가 확인되는 분들부터 만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연합대상을 당원들에게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이주 내로 실시하려고 한다.
분명한 리트머스 시험지는 있다. 이를테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개발을 반대하고,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세력을 모아보자'고 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분명한데 새로운 제3지대, 한국의 희망이나 새로운 선택이 추구하는 가치가 별로 구체적이지 않다. 한국의 희망 강령 중 키워드엔 일단 '노동'이 없고, 새로운 선택 홈페이지엔 강령조차 나오지 않는다.
물론 선거제도 개혁도 하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분들이 좀 더 열심히 싸웠으면 좋겠다. 위성 자매정당을 자처하거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합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대해 "거대 양당의 실리를 위한 선거제도 퇴행이자 민주주의의 명백한 후퇴"라고 규정했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의 문제일텐데.
이 대표와의 예방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 당위성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했다. 특별한 확답을 얻진 못했지만. 선거법 개편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내 흐름이 딱히 계파에 따라 갈리는 양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 의원 75명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했고, 이른바 친명(친이재명)이라고 불리는 분들도 그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에 포함돼 있지 않나. 민주당이 개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정당임을 자처한다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는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과거 진보정당에 투표했던 분들이 많이 실망했고 지금 찍을 데가 많이 없다고 호소한다. 이들을 다시 정의당으로 돌아오게 하는 게 목표다. 대중정당이 돼 모든 사람에게 소구력이 있고, 제3의 대안이 돼야겠다 얘기할 시점이나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구도나 대선이냐 지선이냐, 선거법에 따라 의석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의석수보다, 지지율보다 지지자 수를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지난 총선 때만 해도 269만 7000표(비례대표)가 나왔고, 나머지 진보진영까지 하면 300만 표까지 나왔다. 대선보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20%가량 낮았는데도 지난 지방선거 땐 약 90만 표, 대선 때 80만 표를 얻었다. 우리 당만 치면 150-170만, 진보정당에 애정을 갖고 투표했던 200만 명 정도가 떠났다고 봐야 한다. 이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상식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국민 눈높이에 괜찮은 사람들을 내세우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방식의 메시지를 잘 내는 게 제 역할 아닐까 싶다.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누구? 1979년 서울 출생. 2013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법무법인 덕수 구성원 변호사이며 각종 시사방송 패널로 자주 등장한다. 법무법인 화우 공익전담변호사,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사무차장을 거쳤다. 공익 사건과 노동자와 소상공인, 이주노동자, 한센인, 홈리스 등 우리 사회 수많은 약자들의 권익증진과 권리보호를 위해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 당원이었고 2020년에는 정의당 혁신위원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