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탄핵소추? 선수 친 이동관…尹 사표 수리 왜?


野, 탄핵소추 표결 전 이동관 사퇴에 "예상 못했다" 당혹감
尹,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사과…대통령실 조직 개편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리함에 따라 민주당의 탄핵 소추 계획이 무산됐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여야 간 대립으로 연말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 추진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이 전 위원장이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리하면서 탄핵안이 자동 폐기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권이 이 전 위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은 장외 투쟁에 나서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여야 간 '신사협정'은 깨진 모양새다. 다른 현안으로도 민주당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맹공을 퍼붓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참담한 결과가 나오면서 실망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당내 문제로 속 시끄러운 모습이다. 당 혁신의 선봉장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되려 논란을 만들어 혁신위에 대한 당내 반응이 싸늘해지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이 전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위원장이 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탄핵안 표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野 탄핵소추안 강행에 비상 걸린 與…끝내 사퇴한 이동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하려 나서면서 국민의힘이 비상이었다지.

-맞아.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2인(손준성·이정섭) 탄핵소추안을 민주당이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이 오전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에 나섰어. 의총 전에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의장과 만나 본회의 개의 관련해 협의에 나섰거든. 원래라면 오전 11시에 의총이 열렸어야 했는데, 윤재옥 원내대표가 15분가량 늦게 도착했어.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 본회의 날짜를 합의했던 만큼 개의를 반대했었거든. 윤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 국회 운영에 대해서 저는 더 분노한다"고 했어. 협의 과정에서 화가 많이 났는지 표정이 매우 굳은 상태로 말이야.

-결국에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도 벌였네.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의총이 다시 열렸어, 기자들 모두 국회 본청 2층 의총장 밖에서 백브리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민의힘 공보국 관계자가 10분쯤 지나 "의장실로 간다"고 공지하는 거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나와서 3층 의장실 앞 복도로 향했어. 취재진, 보좌진 등 인파에 열기가 엄청날 정도였어. 의원들은 "중립 의무 망각하는 국회의장 각성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좌 농성을 벌였어. 30분 정도 지났을까. 의장실 안에 들어간 중진의원들이 나오고, 곧이어 국회의장도 본회의장으로 나왔어. "김진표 의장 사퇴해!", "각성하라" 외침이 더 커졌지.

지난달 30일 국회의장실 앞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상정과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 규탄 구호를 외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는 국민의힘 의원들. /남용희 기자

-본회의 산회 후에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규탄대회도 열었지.

-오후 3시 40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가 열렸어. 영하권의 추위에도 30분가량 규탄대회가 진행됐어. 취재진도 모두 찬 바닥에 앉아 타이핑을 이어갔지.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은 민생은 내팽개치고,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며 "명분도, 근거도 없는 '생떼' 탄핵소추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대본도 없이 즉석에서 결기에 찬 목소리로 말이야. 한 국민의힘 의원은 규탄대회가 끝나자마자 취재진에게 "민주당이 수로 밀어붙이는데 어쩔 도리가 있냐"고 푸념하더라고.

-결국 하루 만에 이 전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어. 상당히 놀란 사람이 많던데.

-맞아. 정가에선 이 전 위원장이 선수 친 거라는 평가가 나와. 대통령실·여당과 사전에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더라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 사직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 면직안을 탄핵소추안 표결을 3시간 앞두고 재가했어. 민주당의 이 전 위원장 사퇴에 대해 '꼼수', '국회와 국민 우롱'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어. 이재명 대표는 "가능한 모든 방법 찾아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민주당 과방위원은 "온갖 불법을 저질러놓고 탄핵안이 발의되자 뺑소니를 치겠다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어. 정가에서는 벌써 정치인 출신의 방통위원장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예측이 많이 빗나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제공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 대통령실도 몰랐다...정보력 문제?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가 아쉽게 실패로 끝났네.

-부산이 총 29표를 얻어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어. 예상보다 큰 격차야. 정부에선 이렇게 압도적으로 질 줄은 몰랐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털어놨을 정도야.

-부산 유치가 어려울 거란 비관론은 유치전 초반부터 있었잖아.

-맞아. 사우디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서 저개발국에 개발차관 등으로 물량공세를 펼쳐 왔고, 직전 엑스포를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점도 불리한 조건이었지.

-대통령실에 왜 제대로 된 보고가 되지 않았던 걸까.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서면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정부 부처와 기업에 형성됐고, 그래서 낙관적인 이야기들만 걸러서 보고된 게 아닐지 싶어. 너무나 큰 격차로 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보를 보고 받지 못하고 이른바 '희망 고문'에 가까운 내용만 들었다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 지라시에서는 대통령실의 특정 인물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해.

-윤 대통령이 열심히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긴 했어?

-맞아. 직접 지난 6월 제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연사로 나서 영어 연설을 했고, 지난 9월에는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40여 개국 정상들과 일일이 만나면서 부산 지지를 호소했어. 투표일 직전 2박 3일간은 프랑스 파리를 찾아서 투표권을 가진 관계자들과 연일 오·만찬도 가졌지.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가 들려준 일화가 생각나. 이 관계자는 사석에서 "PT 당시 사우디 한 관계자가 '당신네 대통령처럼 우리도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하더라"면서 윤 대통령의 탁월한 정상외교 능력으로 반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어.

야당은 정부의 정보력과 윤 대통령이 주력해 온 정상 외교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건배하고 있다. /뉴시스

-더 만나고 악수하면 관심을 줄 순 있겠지. 하지만 외교란 게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인데 안일하게 생각한 면도 있었던 것 같아. 노력했던 만큼 성과가 안 나니 야권에선 '혈세로 해외여행 다녀왔나'라는 비판도 나오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론'을 정면 돌파했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를 통해 "모든 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한 거야. 특정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이후 처음이야. 상심이 컸는지 윤 대통령은 담화 이후 이틀째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어.

-야당의 지적대로 지금껏 오판한 게 과연 이번 부산엑스포 하나뿐인지 돌아보는 시간도 갖지 않았을까 싶네. 대통령실이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정확한 정보수집과 국정운영 판단력을 갖추도록 노력해 주면 좋겠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조직도 개편했어. 정책실을 만들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승진 임명해 앉혔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5명을 모두 교체했어. 국정과제를 총괄해 조율하는 정책실장직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통령실 슬림화'에 맞춰 폐지됐는데 이번에 부활한 거야. '엑스포 실패' 이슈를 급전환하는 한편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로 보여.

-또 이 전 위원장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이 있는 날, 윤 대통령은 왜 사표를 수리했는지 궁금하네.

-방통위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탄핵안 가결로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헌법재판소 심리가 끝날 때까지 방통위의 개점휴업 기간이 길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됐어. 의결 등을 위해 전체회의를 열려면 2인 이상의 위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차라리 신임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방통위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방통위에는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KBS·MBC·SBS 재허가 등 심사할 안건이 연말에 몰려 있어. 총선 전 정치권의 언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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