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서 경제와 안보 분야의 협력 등을 공고히 했다. 특히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지난 5월 대관식 후 첫 번째 국빈인 윤 대통령은 국빈 방문에 걸맞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영국의 한 대중지는 윤 대통령과 함께 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논란이 매우 많은 한국 영부인'으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외교부가 낯선 나라인 라이베리아 대선과 관련한 입장문을 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암컷' 발언이 알려진 이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은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최 전 의원과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암컷' 발언 논란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언급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당 안팎의 강경파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 논란에 몸살을 앓는 민주당은 최 전 의원을 징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혁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스타 장관'들의 총선 출마설이 나온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도 시선이 쏠리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존재감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 동안 외모 조명...英 언론의 돌려까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이번 주 영국을 국빈 방문했어.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첫 국빈이야. 극진한 예우를 받았어.
-영국 언론도 한국에서 날아온 국빈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김 여사에 대해 상세히 다룬 언론이 있었어.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야. '김건희의 나이를 거스른 외모의 비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어. 공교롭게도 찰스 3세가 주최하는 국빈 만찬을 앞둔 시점이었지.
-매체는 여사가 51세의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고 외모를 평가하면서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치료 같은 미용 시술, 가벼운 화장 등이 동안 비결일 거라는 분석(?)을 내놨어.
-매체는 '아주 논란이 많은(VERY controversial) 영부인'이라는 제목으로도 기사를 냈어. 김 여사의 허위 경력 논란과 주가조작 의혹을 다뤘어. 해당 매체는 가십성 보도를 주로 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기사 조회수가 많이 나왔을 것 같아.
-국빈 방문 중에도 여사의 존재감은 여전하네.
-민주당은 보도가 알려지자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 부부의 순방 외교가 나라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슈를 띄웠어. 민주당은 다음 달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김 여사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할수록 대통령실 부담은 커지겠네.
-이번 영국 국빈 방문은 화려한 의전이 눈에 띄었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서 세 번째 국빈 방문인데, 예포 41발과 영국 국왕과의 마차 행진, 국빈 만찬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어. 다만 지난 10년 사이에 BTS와 블랙핑크, 손흥민, 영화 기생충 등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영국 측에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높이 평가해 준 게 느껴지더라고.
-찰스 3세 국왕이 윤 대통령에게 귀한 선물도 전했다고?
-윤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연설집부터 윤 대통령 부부 반려견들의 이름을 수놓은 최고급 캐시미어 등을 선물했대. 또 특별 한정판 라프로익 위스키 한 병도 건넸어. 라프로익은 향이 아주 강렬해서 호불호가 갈린대. 찰스 3세는 아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위스키를 마셔도 될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기 중에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임기 후에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서 관리·보존하고 있어. 다만 액체류나 식품류는 이관 대상이 아니야. 윤 대통령이 위스키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
◆인요한·이준석, 그리고 한동훈·원희룡의 등판...김기현에 호재? 악재?
-요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어때?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출마설에 관심이 쏠리면서 김 대표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듯하다는 말이 많거든.
-당 지도 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거라는 설도 나온 이유지 않을까 싶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 등 대형 정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넘긴 듯했어. 문제는 인 위원장이 김 대표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압박하면서야. 사실상 용퇴하란 말로 해석돼.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당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고. 여기에 총선 출마 움직임을 시작한 한 장관과 원 장관 역시 '총선 역할론'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김 대표가 더욱 관심 밖으로 밀린 거지.
-김 대표의 리더십이 불안정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이 김 대표에게 불리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어. 우선 한 장관과 원 장관의 출마가 당에 '좋은 카드'라는 점에서, 김 대표에게도 나쁠 것이 없단 거지.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함께 대구 출마를 시사했는데, 대구·경북(TK)에서 큰 지지를 받는 한 장관이 등판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어. 원 장관은 험지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대두됐는데 이 또한 '수도권 위기론'의 타개책이란 거지. 게다가 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거취와 관련해 김 대표에게 쏠리던 시선이 분산된 게 사실이야. 당 지지율도 오르는 추세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김 대표를 끌어내릴 명분이 없다"고 봤어.
-지난 23일 아주 잠깐이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한 장관과 원 장관의 등판은 김 대표가 대통령실에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어.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 측에서 돌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말이야. 당내 분위기는 어때?
-당내 분위기는 김 대표에게 호의적인 것 같지 않아. 한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이 계속 어수선하다. 뭐가 됐든 정리가 돼야 총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 그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 대표가 물러나야 했다"며 "물러나야 하는데 물러나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꺼내니 결론이 나는 건 없고 시끄럽기만 하다"고 꼬집었어.
-실제로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김 대표 체제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대통령 호위무사' 이용 의원은 "김기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어. 반면 성일종 의원은 "당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대. 그는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 한다"고도 요구했다고 전해져. 김 대표가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
◆외교부, 낯선 나라 라이베리아 대선 관련 성명 낸 이유
-외교부가 라이베리아 대통령 당선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는 지난 23일 대변인 성명을 내 "정부는 14일 개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아카이(Boakai) 후보가 당선된 것을 환영한다"며 "조지 웨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라이베리아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어. 이어 "정부는 금번 선거가 라이베리아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평화롭게 치러진 점에 특별히 주목한다"며 "라이베리아 정부와 국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어.
-라이베리아라는 어디야? 생소한데.
-라이베리아 공화국은 1847년에 세워진,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나라야. 수도는 몬로비아인데 1817년 3월 4일~1825년 3월 4일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던 제임스 먼로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해. 역사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용어도 영어, 우리나라와는 1969년 수교했어. 다이아몬드 등 광물 생산국으로 유명한 라이베리아는 오랜 내전 탓에 치안과 정치면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야.
-그런데 어쩌다 외교부 대변인 성명까지 나오게 된 거야?
-라이베리아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계속 내전을 겪었어. 25만 명 이상이 희생됐지.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군벌 간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라이베리아에는 2003년 8월부터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해 왔어. 그리고 2018년 라이베리아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이 철수했지. 2017년 조지 웨아 대통령의 당선은 라이베이라에서 73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진 사례였다고 해.
-그런 웨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승복하면서 라이베리아에도 민주주의 흐름이 이어지는 거잖아. 외교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군사정변이 잇따른 아프리카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민주적 권력 이양을 호평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모든 다른 나라의 정권교체에 대해 외교부 입장이 나오는 건 아니지?
-그렇지. 외교부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다른 나라 대선과 관련해서는 자유, 민주주의, 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들이 대변인 성명으로 나오는 걸 볼 수 있었어. 라이베리아와 비슷한 비교적 최근 사례는 2022년 4월에 '예멘 대통령위원회 출범 환영'이야.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7년 넘게 이어져 온 예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한 정치적 해법을 논의할 새로운 지도위원회를 구성, 권한을 이양했거든.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 "대통령위원회가 예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했지.
-반대로 민주적인 권력 이양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대변인 성명이 나오기도 해. 2021년 11월 외교부는 중미 니카라과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성명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방식으로 실시되지 않은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니카라과 국내 모든 정치 주체가 참여하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니카라과의 민주주의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촉구한다"고 발표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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