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의 '암컷' 발언 파문이 민주당 내홍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조치로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민주당 강경파 ‘처럼회’ 의원들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강경파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징계 조치에 대해 반발하면서 당이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22일 최 전 의원에게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은 제77조 및 당규 제7호 제14조, 제32조에 따라 최강욱 당원에 대해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에 비상징계를 의결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선거 또는 기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아니하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긴급히 결정한 셈이다.
이는 민주당 강경파 '처럼회' 의원들의 발언 논란으로 내홍이 감지되자 지도부가 빠르게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발언 논란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SNS 그룹 채팅방에선 최 전 의원 발언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 개탄스럽다"며 해당 논란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최 전 의원 발언 당시 자리했던 민형배 의원은 "당이 망가졌다니,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이냐"라며 반박했다.
이후 "제발 특정 언론, 특정 보수단체, 특정 당내 소수 의견이라는 이유로 명백한 잘못에 대한 비판마저 매도하지 말라(오영환 의원)", "제발 좀 조심하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말, 폭망하는 말 구분 못하냐(전재수 의원)"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친명계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실수는 없는 게 좋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며 민 의원을 거들었다.
이같은 내홍에도 논란의 중심에 선 최 전 의원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원래 약속에 맞지 않는 행동을 계속 보이고 있지 않냐"며 "난데없이 암컷이 왕인 것처럼 설치는, 수준 낮은 '동물의 왕국'이라고 풍자한 것으로, 여성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기에 맥락을 보고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 비하가 아닌,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를 '암컷'으로 지칭한 것이기에 사과할 뜻이 없다는 뜻을 확실히 한 셈이다.
최 전 의원 논란의 발언 당시 동조했던 김 의원과 민 의원 역시 침묵을 이어가며, 지도부가 언급을 자제했던 '탄핵 카드'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미완의 검찰 개혁, 반성과 성찰 그리고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한동훈 탄핵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탄핵 관련 "눈치 보고 중도층이 어쩌고 하면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서 두려워하고 회피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민 의원은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여기 토론회에 대한 것이 아니면 얘기하지 않겠다. 당사자에게 물어 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 역시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런 가운데, 당내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최 전 의원 징계에 따른 반발도 감지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최 전 의원의 징계를 비난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별 걸로 만들어서 징계하는 한심한 놈들", "민주당 눈치도 적당히 봐라", "헛소리 하는 수박(비명계)들 기본 6개월 징계 받아라" 등이다.
이와 관련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 전 의원이) 개인적 분노를 당에 해악을 끼치는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당사자 징계를 한 상황이니, (민형배, 김용민) 의원들도 자숙해야 할 거다. 징계 받으면 출마 못하지 않느냐. 우리 당은 정동영 전 대표 노인 비하 발언 등 발언 트라우마가 있는 당인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관련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은 선거 앞두고 조심해야 한다"고 자중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