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회의원은 직무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며 광범위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한 주식과 직무 관련 가능성이 있는 상임위원회 활동은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금지되지만, 특정 기관과 단체, 법인 등과 접촉할 기회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는 의원 특성상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반복되는 주식 투자 논란 탓에 청렴의무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은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엄격히 주식의 신규 취득 등을 규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미국·영국 의회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정부윤리법에 따라 상·하원 의원은 재정적 이해관계를 의무적으로 의회에 신고해야 한다. 미국 하원은 의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해 본회의에서 표결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또한 1000달러(약 130만 원)가 넘는 주식을 사고팔 경우, 거래한 날부터 반드시 4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스톡법'(STOCK Act)도 지난 2012년 제정했다. 이처럼 미 의회는 의원들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허위로 재산신고를 한다면 최대 5만 달러(약 65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하는 등 이해충돌과 재산신고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영국 하원 의원은 의정활동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갖는 재정적 이해관계를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또 해당 이해관계에 변화가 발생하면 28일 이내에 변화된 이해관계를 등록해야 한다. 자신과 관련될 수 있는 이해관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표도 하게 돼 있다. 보고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동료 의원과 일반 국민에게 공표하면 사실상 공개적 감독하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회도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식과 관련한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의원이 당선인으로 결정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이해충돌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 및 이해관계자 의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보유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 중이다.
소속 상임위나 상설특별위원회에 따라 보유 주식의 직무 관련성 심사를 하는 것은 의원의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직무 관련성 심사에 따라 주식의 매각 또는 백지신탁이 결정되더라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백지신탁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1년째 소위에 머무는 이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국회 운영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보유한 주식이 이해관계충돌 여부를 판단하기가 모호할 수도 있고, 실제 뒤늦게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해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의원이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될 만큼 상식 밖의 과다한 주식을 갖고 있다거나 신규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옳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주식 보유를 제한하려는 것 등이 과잉 규제가 되진 않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백지신탁 심사 내역 비공개 등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원들이 주식을 거래한다거나 백지신탁이 잘 이뤄지는지 알 수 있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국회법과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개정하며 입법권을 행사해온 국회의 문제의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