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글로벌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다자무역체제의 수호자로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역·투자와 공급망, 디지털, 미래세대 인적교류 등 세 분야에서 APEC 역내 상호 연결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행사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선 10년 만의 대면 참석이다. APEC CEO Summit은 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개최되는 비즈니스 포럼으로, APEC 회원국 정상과 재계 리더들이 연설자로 참여해 APEC내 민관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지속가능성, 포용성, 회복탄력성,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 "오늘날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경제가 다시 역동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APEC이 중심이 돼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역내 교역투자와 공급망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공급망 리스크는 국가 차원에선 안보의 문제이고 기업 차원에선 생존의 문제"라며 "이제 역내 공급망의 연결성 강화를 위한 보다 선제적이면서 체계적인 대응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PEC 회원국과 역내 기업들이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APEC 차원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과거 위기에서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APEC의 최우선 협력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디지털 심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정립해 디지털 상호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의 상호연결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디지털 심화 시대의 연결성과 즉시성이 그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근대적 의미의 소유권과 자유계약질서를 만들었듯이 국내거래, 국제거래 할 것 없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보편적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 지난 9월 디지털 질서 규범의 5가지 원칙을 담은 '디지털권리장전'을 발표했다고 소개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APEC은 디지털 규범을 논의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하고, "APEC이 디지털 심화시대에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인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을 위해 APEC 내 미래세대 간 활발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태 경제가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연결성을 유지하려면 청년들의 활발한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칭)청년 과학자 교류 이니셔티브'를 APEC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과학기술 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아·태 지역의 청년들이 역내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APEC 회원국 방문 시 비자 면제와 신속한 입출국 등을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오늘날 APEC이 아태 지역을 넘어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로 성장·발전한 것은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변화를 선도해 온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APEC의 진정한 주체는 바로 기업인 여러분들"이라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이어 "한국은 2025년 APEC 의장국으로서 기업인 여러분들의 활약을 응원하며, 2025년 APEC도 기업인 여러분들과 함께 준비해 나가겠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과 APEC 회원국 정상들, 알프레드 켈리 비자 회장, 크리스티아노 아논 퀄컴 사장, 사트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비롯한 APEC 역내 재계 리더, 석학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