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13일 정부가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길게는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한 데 대해 "정부는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명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등 노동계 현안이 급부상한 가운데, 한국노총에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요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향후 추진 방안에 대해 노사와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제도가 국민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순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고용노동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를 전제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의 핵심이다. 정부 발표 이후 대통령실이 곧바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치겠다'고 밝힌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주 최대 69시간제' 제도 개편안을 추진했다가 비판 여론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관련한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을 실시해 이번에 2차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힌 것이다. 민주노총과 양대노총 모두 이번 정부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한국노총을 꼭 짚어 '노사정 대화 복귀'를 요청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노총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책임져 온 노동계의 대표 조직"이라며 "현재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근로시간 제도는 물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산고령화 등 중요한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단절은 노사정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속히 사회적 대화로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동계와의 거리는 한층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노동자들 원청의 '사장'과 노동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으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자에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반면 양대 노총은 노란봉투법의 공포·시행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기본 원칙도 있고 해당 부처의 의견이나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노동계와의 대화를 위한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행보나 조치에 대해선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하고 있고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 노동계도 조금 호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계와 직접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엔 "하나하나 순서 갖춰가며 대화의 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