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2월을 마지노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에는 보수 텃밭인 대구 출마를 시사하는 등 다소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하고 있다.
탈당과 창당의 명분을 대통령과 당에 두고 있는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어색하지 않다. 앞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비박계에 몸담으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당 구성원으로서 사태를 책임지기보다는 이를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 총선 전 창당이 예고된 '이준석 신당'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지난달 30~31일 전국 성인 10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1%가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선택했다. 여야는 각각 32.2%, 35.4%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
이 전 대표는 현재 집권 여당의 위기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수직적 당정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윤 대통령과 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처럼 내년 총선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당의 행보를 미뤄 짐작해 봤을 때, 이 전 대표가 제시한 '12월 데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창당도 기정사실로 기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창당의 명분을 대통령과 당에 지우는 건 자가당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에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폭삭 무너진 정당이었다. 그래도 당을 지켜내고자 노력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겨우겨우 대선후보도 선출해 명맥을 이어가려고 했던 사람들이다.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들었던 때"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다. 이 전 대표의 선택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해도 존중한다"라면서도 "지금도 당에서 어떻게든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건 대의라고 보기 어렵다. 어쨌든 이 전 대표도 바른정당 이후 국민의힘으로 돌아왔고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지내며 바른정당 창당에 힘썼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했던 박정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치는 감동을 주고 뜻을 하나 세웠으면 그 뜻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표를 얻고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그것보다 구도상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고 주고받기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나 밉든 곱든 간에 윤 대통령을 만든 장본인들"이라며 "대통령을 만들었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에 반해 진영 내의 문제를 밖에 나가서 '윤석열 정부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 정치 문제를 풀겠다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과 같다"며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을 필두로 바른정당을 만들 때도 명분이 같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