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 위원장을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이 분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 김 위원장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면서 통합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껏 올라간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인요한 혁신위'와 함께 여권 쇄신 작업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위'의 위상은 지난해 출범 때보다 훨씬 커졌다. 통합위 소속이 지난 8월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국정기획수석실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수석실은 현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각 부처의 정책 기획과 추진 과정에 통합위의 제언을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통합위로부터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와 2기 운영계획 등을 보고 받은 후, 통합위가 제언한 정책을 각 부처에 적극 반영하라고 주문했는데, 이에 대한 후속조치라는 평가다. 각 부처도 통합위의 활동과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정식 국무회의에서 출범을 위한 설치·운영 규정을 의결할 정도로 통합위를 챙겨왔다. 지난해에는 통합위 출범식에 참석해 민간위원 24명을 직접 위촉했고,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 격려 오찬과 국민통합 추진전략 및 성과 보고회 등 굵직한 일정을 잊지 않고 함께했다.
최근까지도 '통합위'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통합위로부터 1기 성과를 보고 받고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 통합위가 제출한 '논의내용 요약 보고서' 책자를 국무위원들에게 읽도록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든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작성한 서한을 전달해 거듭 통합위 정책 제안과 계획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직후인 지난달 17일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통합위 위원들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 만찬하면서 "(통합위 정책 제언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라고까지 했다. 이후 열린 통합위의 연례 워크숍에도 격려 서한을 보내 "앞으로도 정부는 국민통합을 위한 여러분의 정책 제언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통합위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통합위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 출범한 2기는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출범한 특위만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위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위 △청년 1인가구 대응 특위 △더 나은 청년 주거 특위 △이주민 자치참여 제고 특위 등 5개다. 역대 정부에선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것과 달리 윤 정부의 '통합위'는 정당 싱크탱크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합위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내년 총선 중도층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 물밑작업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내년 총선 '역할론'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승민·이준석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비윤(비윤석열)계가 '신당 창당'을 공개적으로 띄워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대통령실 의중을 살피느라 여당이 주춤한 사이, 김 위원장을 연결고리로 한 '인요한 혁신위'가 여당 쇄신 작업을 밀어붙이면서 외연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친윤과 당 지도부 등에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강하게 권고할 수 있는 것도 김 위원장과 두터운 친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통합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끈끈한 신뢰 관계가 있는 데다, 공적 마인드가 철저하다는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남다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