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상암동=이철영·김정수 기자]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의 말(言)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했다. 시쳇말로 '뼈(를) 때리다'에 가깝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은 위임받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이 전 의원은 강한 어조로 충고했다.
이 전 의원은 한때 강경 보수 진영의 최전선에 섰다. 그러나 그의 요즘 행보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볼 때는 '역적'에 가깝다. 또, 이 전 의원의 최근 발언과 행동은 '헤어질 결심'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신당 창당설도 설(說)로 끝나지 않고 실제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권력을 추종하지 않고 바른말을 했던 강골 검사는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했던 국민의힘이 5년 만에 집권 여당으로 부활했다. 대통령과 당은 한목소리로 공정과 상식을 외쳤다. 겸손과 겸양 역시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으로 "(문재인정부)비정상의 정상화를 시간문제로 봤다"고 했다.
이상했다. 어찌 된 일인지 대통령 지지율은 하향세를 거듭했다.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며 소통에 미흡하다는 여론이 감지됐다. 대통령이 변해야 했지만, 당은 대통령 말에 꼼짝을 못 한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그러는 사이 민심 이반에 불이 붙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이태원 참사,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 모 상병 외압 논란 등을 대하는 대통령과 여당의 자세는 민심 이탈을 부채질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당연했다. 이제는 내년 총선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운명이 걸렸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골든타임'은 지났을까.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하나하나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니 너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민심은 추락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당의 총선 패배는 기정사실이다. 다만 얼마나 심각하게 지느냐의 문제"라고 예상했다.
그는 약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양당제의 한계 등 정치 전반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평가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어떤 소통의 모습을 보일지 기대했다. 윤 대통령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지 않았는가. 특히 야당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1년 반 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야당과 대화를 더 많이 하고 그동안 폐쇄적으로 생각했던 점에 대해서는 제가 다시 생각해 보겠다'라는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관계를 사적으로 이해한다. 야당 대표가 범죄자라서 싫다는 거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헌법 정신까지 위반하는 꼴이다. 윤 대통령은 위임받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싫어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 자리인가. 윤 대통령은 권력에 대해 겸손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노룩 악수' 등 야당 의원들의 태도는 어떻게 보나.
관례를 보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할 때 여야 간 최소한 존중은 있었다. 하지만 존중은커녕 적대감만 가득했다.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야당도 일어났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비판한 사람일수록 일부러 더 찾아가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해야 했다. 그게 윤 대통령이 할 일이다. 국민 자존심을 무시하는 발언을 많이 하는 일본에는 그렇게 숙이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은 왜 무시하는 건가. 윤 대통령을 관통하는 행동 원리는 '약강강약'이다. 강자한테는 꼼짝을 못 하고 자기보다 약하다 싶으면 사정없이 짓밟고 무시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선거 때 두고 보자'며 벼르고 있는 거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방향성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작위적인 것을 그만둬야 한다. 허위의식이 가득한 위선으로 비친다. 최근 혁신위는 대사면을 의결했다. 진실함이 없다. 체면을 차리고 싶은 거다. 여전히 자신들이 권위를 가지고 "우리가 봐줄게, 이리 와봐"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직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쓴소리했던 사람들을 회유하는 문제는 부차적이다. 지금 굉장히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혁신이라는 건 적어도 1년 정도 진정성 있는 행보를 가져가면서 그동안 잘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 정부 여당이 큰 신뢰를 잃게 된 사건들이 있지 않느냐. 이를 바로 잡을 용의가 있을까. 제가 볼 때는 없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고 자칫 모순이 거듭되면서 권력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어중간한 혁신은 통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얼마나 심각하게 지느냐의 문제다.
-수도권 전략으로 내놓은 '김포시 서울 편입'은 어떻게 평가하나.
심각하다. 집권 여당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생각의 폭과 고민의 깊이가 무척 얕다. 첫째, 공정하지 않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킨다면 광명은 어떻게 할 건가? 일산, 광주, 성남, 과천도 편입하나?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생각이다. 두 번째, 경기도민들이 꼭 서울 시민이 되고 싶어 하나? 의미 없다. 본질은 인프라다. 수도권 핵심 과제는 교통과 교육이다. 여기에 투자를 확대해서 '서울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정상이지 않은가. 세 번째, 지방 소멸 시대다. 총선을 준비하는 건가 김포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건가. '지방 소멸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은 고려하지 않은 건가?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