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그만 두시라' 김용민 '셀프 발언'..."본인만 안다고?"


이준석·홍준표, '대사면'에 '발끈'
국정원 국감 브리핑장에 긴장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만 두시라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메가 서울'을 승부수로 띄우면서 정치권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이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하면서도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혁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 통합을 위한 차원에서 혁신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원권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대사면'의 의미가 퇴색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한 주 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국회를 방문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악수를 청한 윤 대통령에게 퇴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이후 '민생'과 '소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 등 6명의 가족을 '납북 피해자'로 인정하고 피해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악수를 청한 윤 대통령에게 퇴진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野 김용민, 尹에 "그만두셔야죠" 논란…'개딸 눈에 들기용'?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지.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 입·퇴장 시에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였어. 그런데 한 야당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뜻밖의 발언'을 건넸다고 '셀프 홍보'했다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어. 김 의원은 시정연설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그만두셔야죠'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남겼어.

-여당은 즉각 반발했지.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SNS에 김 의원을 두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며 "최강욱, 김남국도 없으니 이제 본인이 '처럼회' 좌장인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데, 계속 민주당 망신시키시기 바란다"고 비판했어. 조경태 의원도 "여야를 떠나 한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가 원수로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며 "시정연설을 하러 온 대통령을 향해 '그만두라'고 막말을 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페이스북)고 했지.

-그런데 언론에 따르면 당시 김 의원 주변에 앉아있던 의원들은 김 의원의 '그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고 해. 김 의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탓에 입 모양도 못 봤다고 하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악수 당시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렇게 되자 김 의원은 자신이 윤 대통령에게 "그만두라" 말한 게 맞다며 해명(?)에 나섰어. 그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그냥 안부 묻고 나서 같은 톤으로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냥 말씀드렸다"고 덧붙였어. 큰소리치지 않았으니 주변 의원들은 못 들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 자기 말을 듣자, 윤 대통령이 "웃는 표정이기는 했는데 약간 못마땅한 웃음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는 게 김 의원의 후기야.

-김 의원의 행동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라디오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비판이지만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그런 장면을 스스로 연출하고 공개하는 건 기본적인 '톤 앤 매너'에 어긋난다"며 "매우 저열한 것"이라고 말했어. 이원욱 의원도 "김 의원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역시 우리 김용민 의원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 아닌가 싶다"며 "'개딸(개혁의 딸)'에게 이뻐 보이려고 (한 말)"이라고 평가했어.

-김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의원으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후원금 모금액 순위가 당내 4위더라. 김 의원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폭탄 발언'을 했는지, 진짜 해당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회 매너에 벗어났다고 해도 지지층들에게는 확실한 인상을 남겼겠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를 취소했다. 당 통합을 위한 혁신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진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새롬 기자

◆'징계 취소' 하긴 했는데...당사자는 '반발', 지도부는 '무안'

-지난 2일 국민의힘에서는 '대사면'이 이뤄졌다면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 등의 징계가 취소됐지. 혁신위원회의 1호 안건이야. 취지는 '당의 화합과 대통합'인데 실제로 화합과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네.

-정작 당사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취지를 무색하게 했어. 심지어 이 전 대표는 발언 수위를 올리고 있지. 이 전 대표는 3일 유튜브 채널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두고 "당이 문제가 아닌데 맥을 잘못 짚었다. 혁신의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어. 또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가 됐고 큰 판을 벌여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12월에 의미 있는 날짜를 고르는 중"이라고 말했지. 이를 두고 탈당과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홍 시장의 반응도 차가워. 홍 시장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이뤄진 직후 페이스북에 "과하지욕(鍋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어. 그는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톡톡 튀어야 한철인 줄 모른다"면서 당 지도부를 겨냥했지. 그는 앞서서도 "대통령이나 하는 사면 운운하며 주접을 떤다",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줬다"는 등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어.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한 대사면이 이뤄졌으나 실제로 화합과 통합이 이뤄졌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준석(왼쪽) 전 대표는 발언 수위를 높였으며 국민의힘은 인재영입위원장에 윤핵관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더팩트 DB

-혁신위나 지도부나 이래저래 무안해진 상황이야. '대사면'에 대한 의문도 나와.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김 전 최고위원은 결이 다르지 않느냐"며 "김 전 최고위원은 발언 논란 후 수차례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어.

-그럼에도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통합 행보를 이어가는 듯해. 이 전 대표를 향해 "만나달라"고 끊임없이 구애하고 있어. 앞서 유승민 전 의원과도 만났는데 인 위원장은 유 전 의원을 두고 "나이스한 젠틀맨"이라고 평가했지.

-그런데 이후 유 전 의원이 전한 내용을 보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것 같지는 않아. 유 전 의원은 지난 3일 YTN 뉴스라이브와 인터뷰에서 △민심 이반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대통령실과 당과의 수직적인 관계 청산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 치르기 어렵다는 내용을 전했다고 해. 혁신위로서는 아픈 부분이지.

-당 지도부가 '대사면'을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통합'으로 갈지는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야.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했는데, 위원장이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던 이철규 의원이었거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더 좋은 직에 앉게 된 이상한 상황이야. 이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인물이지. 게다가 인 위원장이 '지도부·중진 의원·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하면서 당내 분란이 예상되거든.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어.

여야는 지난 1일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선거 개입 의혹을 두고 격돌했다. 사진은 국정원 김남우(왼쪽부터) 기획조정실장, 권춘택 1차장, 김규현 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뉴시스

◆국정원 국감 브리핑장에 긴장감…해킹의혹 끝내 검증委로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정보위)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해킹 논란이 주요 쟁점이었다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인 지난달 10일 국정원이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해킹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한 이후 민주당은 '선거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맞아. 이날 정보위는 국정원이 선관위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안점검 후 제기된 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해 '보안점검툴(해킹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어.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은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정원 측이 선관위 시스템에 84개 해킹툴이 설치됐다고 답변했다"고 했어. 국정원이 선관위와 보안점검을 할 당시 해킹툴을 선관위에 설치했는데, 점검 이후에도 여전히 해킹툴이 선관위 시스템에 남아있는 거지. 국정원 측은 점검도구 삭제 방법에 대해 선관위 측에 설명했다는 점, 선관위가 내부 서버를 막아둬서 국정원 측이 삭제를 도와줄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해.

김규현(가운데) 국가정보원장과 박덕흠(오른쪽) 국회 정보위원장이 지난 1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브리핑장에서 여야 간사 간 팽팽한 기 싸움도 이어졌다면서.

-브리핑 시작부터 긴장감이 맴돌았지. 방송 촬영을 위해 유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는데 두 번 NG가 날 정도였어. 브리핑 후에도 여야 간사들의 견해차가 극명했어. 국정원과 여당은 설치된 툴을 보안점검툴이라고 하고, 야당은 해킹툴이라고 반박했어. 국정원 대변인실도 한껏 긴장된 분위기였어. 한 기자가 점검 도구와 해킹툴을 물었는데, 유 의원이 전문 영역이라 국정원 측에서 나와 설명해야 한다고 했거든. 국정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더라고. 한 시간 뒤에 점검 도구와 해킹툴의 차이에 대해 일괄 공지가 내려오기도 했어.

-여야 간사 간 입장도 극명했어. 기자들의 질문에 유 의원이 대답하면 곧바로 윤 의원이 다시 반박하거나 추가하는 식이었어.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유 의원이 "첨예하게 다툼이 있죠"라면서 웃더라고. 윤 의원은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관위가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어. 취재 열기도 그만큼 뜨거웠지. 브리핑이 끝나고 나서도 유 의원과 윤 의원에게 각각 여야 담당 기자들이 붙어서 질문을 하느라 현장이 마무리될 기미가 안 보이더라고.

-여야 간 비공개 검증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보안점검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잖아. 민주당은 양당 간사가 참여하고 양측이 인정하는 전문가들을 모아 비공개 검증위를 설치하는 안을 국정원 측에 제안했다고 해. 김규현 국정원장은 동의했다고 해. 유 의원 역시 "보안점검 도구인지 해킹 툴인지 확인 작업, 그리고 어떻게 삭제됐는지 확인 작업을 정보위원장과 함께 점검하겠다"고 했지. 하지만 추후 국민의힘이 해당 제안을 받을지는 의문이야. 윤 의원은 브리핑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이 받아야 한다. 원장이 동의한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우려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