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수수료' 호소에 "독과점 엄단" 지시…'윤석열표 현장 행정' 


카페서 회의하고 캐주얼 정장 차림 
참석자 "자연스러운 분위기 좋았다" 호평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과 2시간 가까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택시 기사 등 국민 60여 명과 만나 민생 고충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참석자의 플랫폼 대기업 '택시 수수료' 문제 지적에는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유가 및 금리 부담, 주거비와 에너지 비용, 기초생계급여 등 제기된 각종 민생 현안에 대해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신속히 대책 마련을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정책 수요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곧바로 정책 수립에 반영토록 하는 윤석열표 '현장 행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국민을 직접 만나 생활 속 주제를 논의하는 민생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주로 전문가, 교수, 기업가 등이 참여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현장 정책수요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소통 강화'를 강조한 데 이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직접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민생 행보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운영했던 마포의 맥줏집을 찾았다고 소개하고 "오늘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를 하면 그것을 바로 듣고 문제를 어떤 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체감하고 있는 민생 고충과 정부 건의 사항을 전달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경청한 뒤 즉석에서 배석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특단의 대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회의는 윤 대통령이 "저는 담임 대통령"이라고 하는 등 편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오간 데 대해 호평했다. /대통령실 제공

부산에서 30년째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힌 한 참석자가 플랫폼 대기업 '카카오 택시'의 수수료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하자,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 조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강한 어조로 당부했다.

또 한 자영업자가 은행 금리 부담과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밝히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면서 은행이 사실상 독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하고, 은행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에서 전세 거주 중인 7년 차 직장인 A 씨는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연장할 경우 일부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올라가고, 시중금리와도 연동돼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정책금융 상품 금리를 다른 금리가 올라간다고 해서 올리는 건 제가 보기엔 좀 안 맞는 것 같다"면서 금융위원장에게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은행이 중간에서 부당하게 이윤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대내외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국정운영의 애로점을 솔직하게 밝히면서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최우선으로 물가 안정화에 거의 올인을 했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퇴진 운동' 압박, 여당의 선거용 재정 확대 기조 전환 요청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복지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예산이다'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보건 의료와 교육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약자 중심 복지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입을 모아 호평했다. 경기도에서 19년째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더팩트>와 만나 "시원시원하고 소탈하게 말씀을 잘하시더라. 대통령이 우리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울컥했다"고 했다. 청년 주거비 부담 문제를 제기했던 A 씨는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국정 책임자가 와서 진솔하게 이야기가 오간 것 같다. (각 분야에서) 대표하는 분들이 답변해 줘서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제공

이 같은 현장 행정은 체감 있는 의견 수렴과 속도감 있는 정책 반영 장점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각종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한 쟁점 현안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발언은 영향력이 큰 만큼 자칫 시장에 왜곡 반영되거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은행권을 겨냥해 최근 '종노릇'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정치권에서 과잉 수익에 대해 물리는 조세인 '횡재세' 도입 가능성이 재차 불거지고, 금융지주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은 "정책과 직접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화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또다시 '은행 갑질'이라고 표현하면서 물밑에선 혼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횡포가 부도덕하다"는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곧바로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긴급 간담회를 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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