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수도 서울이 되려면 통합돼야 한다. 경기도는 서울의 중심 에너지를 물고 살아나가는 데라서 수도 서울로 통폐합해야 한다."
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시선이 TV 화면으로 쏠렸다. 서울-경기 통폐합을 주장하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영상이었다.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이 대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로 용산 관저 결정에 개입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김포 서울 편입 주장과 천공의 경기도 서울 통폐합 주장이 참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나"라면서 "집권여당의 대표인데, 혹세무민하는 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내세운 공약은 아닐 것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되는 해괴한 정책과 천공의 말은 죄다 연결되어 있을까"라고 주장했다.
천공 배후설은 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서울 메가시티'가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했는데, 민주당의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정책 이슈 선점을 여당에 내준 것도 악재지만, 그렇다고 서울-수도권이 걸린 여당의 정책 의제를 대놓고 거부하기도 어렵다.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정책 카드로 맞불을 놨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포를 서울에 붙이느냐 마느냐라고 하면 논란 자체가 매우 협소해지고 아무런 미래 전략이 없는 얘기가 된다"면서 "전체적으로 행정 대개혁을 여당에 제안하고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국토균형발전과 충돌을 피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호남권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사회를 대비해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다"면서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걸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포퓰리즘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여당을 비판했다.
당내에선 곤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서울에 인접한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원과 지역 시민의 문의가 많아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가 확실히 대형인 느낌"이라며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당 관계자는 "'서울시 김포구'는 묻지마 정책과 다를 게 없다"면서도 "우리가 좋은 정책을 제시해 끌려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반적인 당의 비판과 결이 다른 견해도 나왔다. 서울 편입권으로 거론되는 하남시가 지역구인 최종윤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총선용 당리당략과 졸속 행정을 경계하면서도 "하남이 대형도시로 거듭나거나, 특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행정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내 전담팀(TF)을 구성해 특별법 발의 등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고려하지 않는 걸로 볼 때 진정성이 없는 전형적인 표퓰리즘을 내세웠다"면서 "지방자치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계속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균등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