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박숙현 기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이태원 참사 1주기' 하루 전이었던 지난달 28일 고향인 충남 예산을 찾아 지역민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수석은 이들 앞에서 "11월에 사퇴하고 공식적으로 움직일 테니 일정을 주시면 다 찾아뵙겠다"라는 취지로 말해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심을 전달하고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고위 공직자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강 수석은 같은 달 28일 충남 예산군에 있는 모 펜션을 찾았다. 당시 펜션에서는 지역 군민 모임이 열려 40여 명의 예산 지역민이 모여 있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강 수석은 마이크를 잡고 "11월에 사퇴하고 공식적으로 움직이겠다"라며 "일정이 있으면 다 달라. 다 찾아뵙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강 수석은 예산군에서 열린 '2023 의좋은형제 축제'에 참석해 얼굴을 비치고 행사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강 수석의 고향 행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SBS'는 지난 5월 강 수석이 충남 홍성군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동문회 체육행사 경품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라고 소개하며 업무용 명함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강 수석이 지난 7월 수해 복구가 한창이던 날 홍성군을 방문해 지역 주민과 차담회를 가졌다는 사실도 전했다. 강 수석은 지역 주민들을 대통령실로 여러 차례 초청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 기념 시계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선관위는 "공무원이 불특정 다수의 선거구민에게 업적을 홍보하거나 업무용 명함을 배부하는 건 행위 성격과 종류에 따라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수석은 지역 여론을 수렴하는 업무 차원이었다며, 시민사회수석 본연 업무 외 다른 생각은 일절 없다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 됐었다.
강 수석이 이번을 포함해 여러 차례 방문한 예산군은 그의 고향이자 내년 총선 유력한 출마 예정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강 수석이 최근 해당 지역으로 이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그의 이번 발언은 '11월 사퇴 및 출마설'을 공론화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사전선거운동 소지가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85조에 따르면 '공직자 신분은 직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방문 시점도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은다. 강 수석이 해당 지역을 찾은 28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이었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등 사회적 갈등이 채 수습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시민사회수석으로선 가장 바빠야 하는 시기다. 추도식 전날까지 고향을 찾아 총선과 관련된 자신의 거취를 알리며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야기한 것은, 본연의 업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시민단체와 소통 등을 담당하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본분을 망각한 잿밥에 눈이 먼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하면서 대통령을 모시고 국정 운영에 동참해야 하는 입장인데 너무 개인 선거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팩트>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강 수석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