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중진 험지 출마·1호 혁신안' 싸늘...與 혁신위, 흔들리나


영남 의원들 공개적인 반발 터져
홍준표-이준석, '대사면'에 반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띄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도권 원외 인사들도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혁신의 핵심이라며 영남 중진 험지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30일 5⋅18공법단체들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건의문을 건네고 있다. /나윤상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띄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30일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 원외 인사들은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지적하며 혁신위가 본질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운 1호 안건인 '대사면'도 당사자들의 반발이 뒤따르면서 혁신위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2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스타는 (총선 때) 서울에 왔으면 한다"며 "희망이 없더라도 뚝심과 용기가 있는 계백 장군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특정인을 거명해 출마하라 마라 하는 것은 월권이지만 위원들이 이름을 거명하면 그런 내용들은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특히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을 "(TK·PK의) 스타들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30일) "이름을 직접 거론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혁신위원들과 현충원에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해 "정확하게 영남, 경상남·북도의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경쟁력이 있으면 서울에 와서 좀 도왔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고 거기에 더 큰 의미도, 작은 의미도 없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경우에 우리 국민이 희생했고 정치인이 덕을 봤는데 이제는 문화를 바꿔서 우리 정치인들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사상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영남 중진의 수도권 차출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당정관계가 수직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는 질문에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저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큰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나라를 이끄시는 분이고 당대표는 당을 이끄시는 분이다. 거기에 제가 관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경진 혁신위원은 "알아서 판단하라"며 "위원장님 말씀은 명확하다. 당의 혁신을 위해서는 영남권의 능력 있는 의원님들이 서울에 와서 출마하는 방식으로 당을 위해 희생하고 도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못 박은 적 없다는 게 명확한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영남 중진인 당 지도부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김기현 대표는 30일 제안이 온 바 없다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나누던 당시. /남용희 기자

혁신위에 대해 당 안팎의 눈길은 싸늘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은 너무 뻔한 얘기"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한 초선 의원도 "혁신한다는 모습은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영남 중진이 연고 없는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원외위원장은 "수도권에도 출마를 준비 중인 좋은 인재들이 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영남 의원들은 "'낙동강 하류 세력' 운운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김용판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TK는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지켜왔다"며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데 '뒷전으로 물러나라'라고 하는 건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해당 행위에 가까운 언동"이라며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5선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의총 전 취재진과 만나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구을, 경남 김해갑·양산 등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며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 험지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남당·호남당은 식상한 프레임"이라며 "수도권에 지금 빨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점유한 영남 험지에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빠져있다"고 했다.

'영남 다선'인 당 지도부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4선)는 관련 질문에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 온 바 없다. 정식으로 제안하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3선)도 "혁신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공식 논의를 거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제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그럴 단계가 아니다. 혁신위에서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일축했다.

원외에서는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이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혁신위가 본질을 피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하태경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마련한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는 '수직적인 당정관계'가 혁신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영남인 부산 해운대갑 3선의 하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경기 수원병 당협위원장인 김용남 전 의원은 "스포츠에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말이 있듯 당보다 더 중요한 당원은 없다. 그 당원이 1호 당원(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왜곡된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군사 정당도 아닌데 소수 지도부가 결정하면 나머지는 들러리 서는 모습이 너무 일상화했다"며 "대통령은 5년 끝나고 나가는 분이지만 우리 당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한규택 경기 수원을 당협위원장은 "영남 다선 의원들이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은 자기 돈 써가며 당을 지켜온 사람들인데 당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것처럼 싸잡아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직전 총선을 한두 달 남겨두고 김재원 최고위원 등을 서울에 전략적으로 공천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냐"며 "영남에서 정치적으로 세대교체해야 하는 것이지, 수도권으로 옮기는 건 당의 혁신과 본질적으로 멀다"고 꼬집었다.

혁신위의 '1호 혁신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도 혁신위를 난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니들끼리 총선 잘 치르라", "논의 자체가 X 팔린다",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다"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아량이라도 베풀듯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제발 사면 받아줘'는 그만하자.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비꼬았다.

p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