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배우 이선균 씨에 이어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권지용) 등 연예계 마약 파문에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의 실정을 덮기 위해 연예계 스캔들을 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당내에서도 '근거 없이 음모론을 제기했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경찰은 배우 이선균 씨와 가수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앞서 내사(입건 전 조사) 중인 8명 가운데 이 씨와 유흥업소 관계자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외에 재벌가 3세, 작곡가, 연예인 지망생 등 5명은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 씨는 별개 수사로 입건됐다.
연예계 마약 이슈가 연일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민주당 인사들은 대통령실이 국정 지지율 하락 등 위기 상황을 덮기 위해 마약 사건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이 취임 이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지면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며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이선균이나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의 마약 이슈를 터뜨리는 게 '오비이락'일까 '우연의 일치'일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역대 정권들이 정권이 불리할 때 연예인들의 마약을 터뜨려 소위 말하는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경험치(가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누군가 의도하고 기획했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타이밍"이라며 공작설을 주장했다. 다만 "근거는 없다"며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씨와 고려대 최고위 과정 동기인 김승희 비서관 딸이 학폭 가해자로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다. 사면 복권해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선거에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런 기사가 '이선균 배우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덮여가고 있다"며 연예인 마약 기사가 대통령실의 실정을 덮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부대변인은 배우 유아인의 마약 혐의가 드러났던 지난 3월에도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세종시 아파트 일장기 게양', '김건희 여사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금 관련 검찰의 혐의없음 결론' 등이 묻혔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일부 의원들 사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시선 끌기용 '스캔들'을 내놓은 것이라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선이나 대선 등 큰 선거가 있을 때는 정부에서 캐비넷에서 (이슈들을) 하나씩 꺼내는 모양이다. 국민들의 시선을 끌 만한 이슈들로 자기들의 실정을 덮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마약 하는 인물들이 언론에) 더 나올 것이고 (정부여당은)마약 이슈를 선거 때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은 민주당 인사들의 주장이 '저질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민주당을 향해 "민생을 먼저 챙기겠다는 당대표의 약속을 당직자와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무너뜨리는 모습"이라며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국민의 생명과 건강,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하는 마약 문제를 정쟁에 이용하는 야당의 태도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약 사건들은 결코 시시한 농담이나 정치 선동 소재로 삼을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의 음모론 제기와 관련 "마약은 정치와 무관하다"며 "저 정도면 (안 의원은) 병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을 자제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인이 증거도 없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국민 앞에 들고나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퍼져나갈 수도 있는데, (안 의원은) 유튜브에서 하는 진영 논란에 기울어 있는 일부 주장에 오히려 편승해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당은 과거에도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한번 망신을 당했지 않나. 김 의원은 제보라도 받았다지만 이건 그런 얘기도 없는데 황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도 "말 같지도 않은 얘기다. 자기 의견을 본인이 아는 만큼 얘기하는 거로 생각하지만, 우리 당이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