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인물난'을 거듭하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인선을 완료했다. 혁신위 명칭은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로 27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당내에서는 "최선의 인선"이란 평가와 함께 "기대가 안 생긴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 12명의 인선안을 의결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재선의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이 합류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으며 계파색이 옅긴 하지만 친윤계로 분류된다.
전 의원으로는 검사 출신인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오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상황실장을 지내 비윤계로 분류된다. 이들 모두 수도권에 기반을 둔 인사들이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고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당내 인사로는 △정선화 전북 전주병 당협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포함됐다. 외부 인사로는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도 포함됐다. 각각 당내인사 6명과 외부 인사 6명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중 여성이 7명이며 청년은 6명으로 성별과 연령 안배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최선을 다한 인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인선의 키워드는 수도권·여성·청년이다. 그 키워드에 충족하는 인사"라며 "현역 의원이나 수도권 인사가 우리 당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최선의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원장부터 인선이 쉽지 않았다. 혁신위원도 여러 사람이 고사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상황인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봤다.
반면 혁신을 보여줄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앞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혁신위원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윤희숙 전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최종 고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인선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거절했다. 굉장히 아쉽지만 못 들어온다고 했다"며 인선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착잡하다"며 "혁신위원장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인선했는지 잘 모르겠다.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말보다는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가 중요한데 과거 행보도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메신저도 중요하다. 인물이 무엇을 상징하느냐를 봤을 때 그게 마땅히 생각나는 인물이 없다"며 "이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 혁신한다는데 어떤 혁신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선에 대해서도 "수도권 의원이라고 하는데 보니까 그게 서울 강남이고, 비윤계라고 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 밑에서 일했고, 호남 출신이라고 하는데 그마저도 검사 출신"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윤계' 허은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국민들 입장에서 의아할 것"이라며 "야구팀의 감독을 모셔야 하는데 다른 종목의 감독을 모셔 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혁신위를 이끄는 것에 당내에서 비판적인 의견들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혁신위원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현재를 보는 통찰력(insight)과 미래를 보는 통찰력(foresight)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정당과 정치,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고 권력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며 "모양 갖추기 혁신위로는 자칫하다가는 민주당 혁신위처럼 혁신위원회가 아니라 '망신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