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혁신의 과제를 안은 국민의힘에서 신당 창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준석 전 대표는 '친정'을 향해 직언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지도를 가진 두 정치인이 내년 총선 전 새로운 당(黨)을 만들지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유 전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총장·부총장 인선하는 거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100% 장악하고 자기 사람으로 공천을 심겠다는 그 생각을 하나도 안 버렸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윤석열 정권과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12월에 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신당 창당 등의 계획에 대해선 "정해진 건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게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만약 결심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히 굳은 강한 결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 '바른정당' 창당 경험을 언급하며 "세력도 없고 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개혁 보수당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3년 동안 겪어봐서 잘 안다"며 "동지로 강철 같은 의지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자고 처음 약속했지만, 등 따뜻하고 배부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돌아가려고 해 제일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던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탈당 명분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경북 언론인들의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1년 반 동안 당했던 수모를 생각해 본다면 1년 전부터 정당성이 확보돼 있었다"면서도 "저주를 풀어달라고 한 건 보수가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지 헤어질 결심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다양한 옵션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당장 신당 창당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개혁 보수 세력이) 신당 창당을 3번 했는데 잘 안됐다.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덧붙였다.
여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선 중진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느 대변인은 '이준석 나가라', '공천 안 준다'고 하던데, 만약 이 전 대표가 유 전 의원과 같이 신당을 차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되물으면서 "그 신당은 영남권에는 영향을 안 미칠 수 있지만 수도권에선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에서 이들이 공천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에서) 곧 이재명은 비명계를 끌어안고 총선을 준비할 텐데, 아직도 우리는 내부 다툼에만 집착할 땐가"라면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있다. 미운 상대일수록 끌어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당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전략공천 1호로 서울 노원병에 공천해야 한다. 최대한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병에서 3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중도 보수 신당'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조 의원은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설에 대해 "이준석의 상징은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 큰 배에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며 "떨어져 나가 신당을 꾸려도 지금만 못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공천으로 탈락할 수 있는) 의원들이 이준석·유승민이 창당하는 보수 중도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며 "중도 보수 신당에는 민주당 의원도 합류해 파괴력이 막강할 것이다. 30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당 창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은 신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여론 추이를 본 뒤 가닥이 잡힐 것"이라면서도 "신당 창당의 실익이 없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당으로) 돌아오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