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 안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이번 순방에는 139개사가 참여하는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예정으로, 중동 국가와의 '세일즈 외교'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도 기대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24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국가에 대한 국빈 방문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윤 대통령 내외는 우선 오는 21일 출국해 현지시간으로 저녁에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한다.
22일부터 공식 환영식,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 국빈 오찬을 갖는다. 당일 저녁에는 양국 경제인들이 참여하는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참석해 300여 명의 경제인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에너지 첨단산업과 제조,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건의 협력 MOU(양해각서)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날인 23일 윤 대통령은 사우디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또 왕립 과학기술원 방문해 양국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한-사우디 미래기술파트너십 포럼'에서는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 우주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인 기술협력의 필요성을 강조 예정이다.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50년간 지속해 온 양국의 건설 분야 파트너십을 평가하고 네옴시티 등 사우디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협력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의 주빈으로 참석해 한국과 중동 간 협력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도하국제원예박람회를 방문하고 스마트농업기술을 알리는 한국관을 포함한 전시관을 관람할 예정이다.
카타르 방문 이튿날인 25일에는 공식 환영식,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국왕과의 정상회담, 국빈 오찬 등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양국 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하는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의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이어 카타르 교육도시를 방문해 카타르 청년 리더들과 대화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25일 오후(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라, 오는 26일 오전(한국시간)에 서울에 도착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중동 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 더 주목된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맞대응과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에는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공습을 당해 최소 400명 이상이 숨졌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1차장은 "현재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사태가 중동 평화, 역내 질서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상회담에서 안보 정세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사우디, 카타르와 실질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동 역내의 평화를 진작하고 우리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도전 현안에 대해 적극 기여해 나간다는 차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와 카타르는) 일정을 상호 계획한 대로 와줬으면 좋겠다는 강한 입장을 먼저 밝혀왔기 때문에 순방 일정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만 지역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함께 논의하면서 양국이 실질협력 문제를 현재진행형인 복잡한 정세 속에서 냉철하고 이해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공통 이해분모를 찾아가는 데 대해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분쟁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인도적인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도 두 나라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매개로 중동국과 어떻게 미래지향인 관계를 만들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국빈 방문에는 130명, 카타르에는 59명의 경제사절단(대기업 35명, 중견기업 24명, 중소기업 70명 등)이 동행한다. 건설·인프라, 스마트시티·농업, 청정에너지, 방산, 자동차·첨단제조, ICT, 바이오 다양한 분야의 기업 139개 사가 참여한다. 사우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김동관 (주)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등이, 카타르에는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이 동행한다. 이번 사우디 방문을 통해 우리 기업은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달하는 대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에도 대기업 총수들과 차담회를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경제사절단을 별도로 만나 격려하는 자리도 가질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번 국빈을 방문 계기로 에너지, 건설 등 전통 협력 분야와 함께 전기차, 조선,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중동 국가와 협력의 지평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사우디, 카타르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와 가스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국제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도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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