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일본 여야 의원들이 18일 야스쿠니(靖国)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19일까지인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을 맞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물을 바치고, 각료 3명이 참배한 데 이어 여야 국회의원들의 '집단 참배'가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일본 산케이신문 등은 이날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집단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참배에는 여야 의원 8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집단 참배를 자제하던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2021년 12월 이후 춘계·추계 예대제 때마다 야스쿠니신사를 찾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과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 중 사망한 군인·군속(군공무원)·정치인·민간인 등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들 중 대다수인 213만3000여명은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 때 사망한 이들이다. 일제 군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한국·중국 등이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나 공물 봉납을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미화·정당화 의미로 해석하는 이유다.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신사 참배나 공물 헌납을 전몰자를 추도하는 의례적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기시다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춘계와 추계 예대제, 8월 15일 패전일 때마다 공물을 봉납해왔다. 참배한 적은 없다. 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경제재생상은 이번 예대제 기간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