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여야는 10일 대법원장 공백 사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가짜뉴스 조치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국정감사 기간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
◆시작도 못 한 국방위...법사위는 '대법원장 공백-이재명 사법리스크' 공방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대치 끝에 파행됐다. 야당 의원들이 내건 '부적격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하라'는 내용의 피켓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정감사장 입장을 거부해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임명해 놓고 철회하라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라며 "아까 말했듯이 (피켓을) 10분 내로 떼지 않으면 우리는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 장관의) 막말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할 얘기가 없겠느냐"라며 "성남시장 하면서 형수 쌍욕 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기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얘기가 왜 나오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야당 의원들이 가세하며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김 의원은 "여당은 오전 10시 35분까지 피켓을 떼지 않으면 오늘 (국정감사를) 파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국정감사 진행을 촉구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정감사를 열고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꺼내들었다. 여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와 관련있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당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대법원장 낙마를 당론으로 부결 투표했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헌정사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추천된 대법관 후보들은 소위 문제가 있었음에도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민주당이 이균용 후보자에 대해 유난히 정치적으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9가지 문제점들, 구체적인 사유로 하면 3~40개 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통위, 후쿠시마 오염수 정부 입장 논란...국토위, 김건희 여사 '토지 특혜 의혹'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 대표단이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입장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앞서 정부 대표단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린 제45차 런던협약·제18차 런던 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오염수 첫 방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의해 과학적·기술적 측면이 검토되고,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방류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우리 대표단은 '일본의 방류는 정당하다'는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옹호하고 돌아왔다"며 "정부는 내년 예산에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과 관련해 7380억 원을 편성했는데 오염수 방류를 막았더라면 쓰지 않아도 될 국민 혈세"라고 지적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까지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국민 건강 문제라든지 바다 오염 문제라든지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지 않으냐"라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데 계속해서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문제를 제기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어민들에게 타격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여사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화두가 됐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 방향으로 고속도로 종점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안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국토교통부의 잘못된 주장과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조작과 왜곡 의혹투성이인 용역사 BC분석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내놓는 무책임한 국토부의 행태에 대해서 국정감사 시작 전 장관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BC분석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질의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순서이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왜곡과 조작이라고 밀어붙이는 건 '할 필요도 없는 국정감사'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국토부에서 다뤄야 할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오로지 김 여사를 공격하기 위해 양평고속도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방위·문체위, '가짜뉴스' 조치 여부에 여야 격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가짜뉴스' 조치 문제를 두고 맞섰다. 여당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야당은 가짜뉴스 조치의 기준과 근거를 따져 물었다.
과방위에서는 여당은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언급하며 방통위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고, 야당은 방통위에 관련된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뉴미디어, 레거시 미디어가 조직적으로 선거 공작을 벌인 것"이라며 "단순히 가짜뉴스의 진위를 가리는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되고 대선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쿠데타적인 폭거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과 관련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과 관련해 법적 근거가 있다며 방송법 6조를 들었는데, 이는 방통위 역할이 아닌 방송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방통위는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서 부여된 임무만 하는 것이지 방송법에 규율된 모든 것들을 방통위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서 우리가 먹는 수산물에는 전혀 위해가 없는데도 큰 위해가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세력이 있어 국민 불안과 수산업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책 홍보비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괴담 선동이 없으면 쓸 필요도 없는 돈을 쓰게 된 것으로 가짜뉴스의 폐해가 무섭다"고 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문체부가 가짜뉴스에 대한 기준을 '내용의 진실성' '정보전달 과정에서의 의도성' 등 추상적 표현으로 답한 것에 대해 "문체부가 가짜뉴스를 척결하기 위해서 대단히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결국은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가짜뉴스 구별의 기준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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