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수박 당도 높으면 아웃?…민주당 '비명' 낙인찍기


여당,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촉각…패배 기류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이달 중 법인 취소 여부 전망

더불어민주당 의원 168명을 대상으로 작성된 수박 감별기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점인 수박당도 5를 기록한 의원은 강병원·김종민·윤영찬·최종윤·홍영표 의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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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삑! 비명계입니다?'…'수박 당도 명단' 논란

-더불어민주당 168명 의원 중 비이재명계에 대한 낙인찍기가 본격화된 모양이던데? '수박 당도 감별 명단'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더라고.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면서 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로 쓰이잖아.

-맞아. 최근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박 당도'를 수치화한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더라고. △검사 탄핵 발의 불참 △불체포 포기 △대의원 1인1표제 반대 △민주당의 길 △민주주의 4.0 △원내대표단에 해당하는 만큼 각 1점씩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수박 당도'를 표기한 이미지야.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이 만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아.

-'수박 당도'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비명계에 가깝다는 말이겠네. 어느 민주당 의원의 점수가 높아?

-가장 높은 점수인 '당도 5'에는 강병원·김종민·윤영찬·최종윤·홍영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어. 바로 아래인 '당도 4'에는 김영배·박용진·양기대·오기형·이용우·이원욱·조응천 의원이 포함됐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박광온 의원은 '당도 3'에 속했어. 당도가 없는 의원은 이 대표를 비롯해 정청래·박찬대·장경태 의원 등 66명이야.

웹사이트 수박아웃에 수박 정치인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원욱·설훈·고민정·윤영찬·조응천 의원이 포함됐다. /수박아웃 누리집 갈무리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저격하는 사이트도 있더라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메인 화면에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들에게 다시는 속지 말자'는 문구와 '수박 정치인 리스트'가 나와. 이 리스트에는 이원욱·설훈·고민정·윤영찬·조응천 의원이 포함됐는데, 비난하는 평이 달려 있어. 한 일간지 출신 인터넷매체 기자가 지난달 22일 만들었다고 해.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도를 지나친 어떤 표현에 대해서는 자제해야 될 것"이라고 했어. 참고로 정 의원의 '수박 당도'는 1이더라고. 대표적인 친명계 의원임에도 검사 탄핵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1점을 받았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민주당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박 정치인' 낙인찍기, '비명계' 색출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클 것 같아. 수박 당도 1로 분류된 한 초선 의원과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만났는데, 이렇게 짧게 언급하더라고. "달고 맛있는 수박밖에 모른다"라고. 각자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어? 내년 총선 승리를 노린다면 민주당은 분열이 아니라 단결과 화합을 이뤄야할 텐데 갈 길은 멀어 보여.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선거기간에 앞서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나왔다.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구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국민의힘, '매일 강서구 총출동' 방침에 의원들의 '불편한 속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얼마 안 남았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고 있지.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선거라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기도 해. '수도권 위기론'이 나온 국민의힘은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은데, 어때?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 '올인'한 모습이야. 먼저 국민의힘은 당 대표 명의로 소속 의원 전원에게 강서구 내 담당 지역을 배정해 선거 때까지 매일 지역활동을 주문했어. 원내대표 명의로도 상임위별 지역 단체 현장간담회, 의원 개별 지역 방문 및 홍보 등을 요청한 상태야. 심지어 김기현 대표는 지난 5일 오후부터 모든 일정을 강서구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지역 민심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 <더팩트>와 만난 한 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표정이 안 좋다. 대놓고 '민주당 찍겠다'고 하는 주민도 있다"고 씁쓸해했어.

-당내에서도 '어차피 지는 선거'라는 분위기가 감지돼. 그래서인지 당의 '총출동' 방침에도 불만이 나와. 특히 영남 등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불만이 상당한 것 같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에 힘써야 할 때거든. 수도권이라면 강서구와 오갈 수 있겠지만 비수도권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야. 패색이 짙은 선거에 지역구를 뒤로하고 동원돼야 하냐는 거겠지.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김태우 후보가 출마해선 안 됐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무공천 방침에 무게를 뒀으나 김 후보를 공천했다. 사진은 김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구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박헌우 기자

-'얼마로 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어.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5%포인트 이내로 지는 게 좋다. 그 이상 벌어진다면 총선 전략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지.

-앞서 이뤄진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에 많이 불리한 것 같아. 리얼미터가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달 18~19일 강서구 유권자 803명에게 물은 결과 김 후보는 37%로 44.6%인 진교훈 민주당 후보에게 7.6%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어. 여론조사 꽃이 지난달 22~23일 10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27.4%, 진 후보가 43.4%로 무려 1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선거 결과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야. 그래서 당내에서는 애초에 김태우 후보가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어. <더팩트>가 만난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김 후보 출마를 밀어붙였어도 당에서는 막았어야 했다"고 잘라 말했어. 그는 "선거에서 지면 지도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김 대표도 속이 말이 아닐 것"이라고 했지.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 여부가 이번 달 안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운명의 10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법인 취소 결과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 여부가 이번 달 안으로 결정된다며?

-맞아. 한국위는 지난 4일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로부터 법인 해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청문 절차'를 밟았어. 앞서 한국위는 기한 내 시정조치를 이행하라는 국회사무처의 최후통첩을 이행하지 않았거든. 한국위는 국회사무처에 시정조치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져. 국회사무처는 이에 따른 청문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이달 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한국위가 이행하지 않은 시정조치가 '유엔해비타트 본부와의 기본 협약'이라며?

-응. 국회사무처는 올해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한국위에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 협약을 체결하라고 했어. 앞서 한국위 정관을 살펴보면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맺은 기본 협약을 준수한다'고 돼 있거든. 하지만 한국위는 2019년 설립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약 4년 동안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 협약을 맺지 않았어. 법인 설립의 근거가 되는 정관을 애초부터 지키지 않은 셈이지.

한국위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월 리무진 버스를 빌려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당시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버스 앞 유리창에 UN HABITA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왼쪽 하단에는 UN과 HABITAT라는 단어가 부착돼 있다. /제보자 제공

-한국위에 대한 국제기구 유엔(UN)의 공식 인가도 따로 없었어. 그러면서 한국위는 그간 활동 과정에서 '우리는 유엔 산하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유관한 단체'라는 점을 넌지시 내비쳤지. 한국위 초대 회장이었던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위는 유엔의 공식 산하기구"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야. 실제로 한국위에 기부했던 기업 등은 한국위를 '유엔과 유관한 단체로 인식했다'고 전하기도 했지. 앞서 한국위는 지난해까지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가량의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거든.

-최근에는 한국위가 특정인의 '정치적 사조직'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맞아. <더팩트>는 한국위가 21대 총선 과정에서 당시 예비후보로 출마한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의혹 정황을 보도했어. 당시 한국위가 출판기념회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에서 충청남도 공주까지 리무진 버스 두 대를 운영하고, 70여 명의 참가자들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제공한 정황이 담긴 사진과 문자메시지가 확인됐거든. 공익법인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야.

-이 밖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유엔 사칭 논란', 기업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렀다는 '기부금 강요 의혹' 등이 있었지. 한국위에 대한 법인 취소 여부가 어떻게 진행될지 한번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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